경제·금융

김 대통령 방문 계기 베트남 투자 환경

◎빈부격차 등 개방 부작용 우려/경제 「보수회귀」 조짐/외국인투자 선별·합작형태 선호 경향【하노이=우원하】 경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김영삼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베트남의 외국인투자에 대한 시각변화다. 개방 개혁을 표방한지 10년. 베트남은 이제 자국에 몰려드는 외국기업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개발에 따른 빈부 차이와 외국에의 경제종속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일각에서는 보수로의 회귀움직임도 엿보이고 있다. 동행경제인단의 일원인 박운서한국중공업 사장은 『베트남은 최근 농민, 빈부 격차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고 이에따라 개혁바람에 역행하는 듯한 보수회귀경향도 있어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지 진출기업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당국이 최근 밀려드는 외국인투자를 선별 수용하면서 단독투자보다는 합작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은행진출과 단독투자에 의한 한국전용공단건설에 제동을 걸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이같은 변화를 확인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20일 정상회담에서 투자환경 개선을 요구한데 이어 이틀째인 21일 낮에는 한·베트남 민간경협위에 참석해 오찬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김대통령은 베트남과 한국과의 신뢰와 우정을 강조하며 경협증진을 강조했다. 하오에는 대우그룹이 현지 합작으로 세워 운영하고 있는 브라운관공장(오리온 하넬사)을 직접 시찰했다. 이같은 관심 표명은 20일 정상회담에서 도 무오이 서기장이 한국계 은행의 지점 설치를 약속하는 가시적 성과를 낳았다. 김대통령을 수행한 박재윤통산부 장관도 베트남의 당 부 쯔 산업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20일 정상회담에서 다 거론치 못한 투자환경 개선요구를 상세히 거론했다. 우리기업들이 올 6월말 현재 1백60건, 21억2천만달러의 투자(인가)를 기록했고 이번 순방기간을 전후해서 많은 기업들이 추가적인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임금수준이 우리의 20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재주있고 근면한 베트남의 풍부한 노동력과 넓은 국토, 인구 7천만의 적지않은 잠재시장 등으로 볼때 베트남이 우리 기업에 기회의 땅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조짐을 미리 읽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은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시점에서 정상 세일즈 외교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진출 환경개선을 조율하고 동반자적 협력관계의 토대를 닦은 것은 나름대로 시의적절한 행보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기사



우원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