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오명 과학기술부장관

“과학기술인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은 “투명한 사회가 멀지 않았으며 과학기술자가 대우받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며 “과학기술 혁신없이는 2만불 시대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이공계 시대가 오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연구개발(R&D) 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과학기술을 되살리기 위한 구세주로 등장한 오 장관에게 거는 과학기술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오 장관은 부임한지 두달도 안돼서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부처간 교통정리를 말끔히 끝냈으며 과기, 산업자원, 정보통신 등 3개부처 장관 회동을 통해 부처간 협력을 이끌어냈다. 오 장관을 만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의 비전작업에 대해 알아본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특명을 받고 장관에 부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가 R&D 체계 개편 작업은 잘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습니다. 현재 19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연간 6조원 가량의 R&D 예산을 총괄 관리하는 부처를 만들 계획입니다. 예산만 한 곳에서 관리하면 중복투자 등 부작용은 모두 없어집니다. 여기에 미래 혁신 관련 산업과 인력정책까지 주도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가연구개발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과기부 장관직을 부총리급으로 승격하고 예산 편성권 이관을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기부는 머리만 있지 손발이 없는 조직인데 예산권 이관과 직급만 높였다고 총괄이 가능하겠습니까. ▲기존의 과학기술부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부처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조직을 개편해서 국가 목표에 맞는 과학기술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조정하고 결과에 대한 평가까지 하는 전반적인 순환사이클에 따라 19개 부처의 과학기술 관련정책을 총괄하는 방향으로 개편됩니다. 예전의 경제기획원이 경제정책과 예산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과기부도 예산권과 정책 조정권을 확보해 막강한 부서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집행되는 예산이 과연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여부도 다시 들여봐야 합니다. 한 기업이나 클러스트에 지원되는 돈이 부처마다 다른 게 현실이지만 앞으로는 총괄적인 기업ㆍ클러스트 지원 계획이 있고 이 곳에 들어가는 돈을 살펴보는 기능을 과기부에서 맡게 됩니다. - 관련 부처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 하나 주고 받는 일 조차 팔 하나 떼어내는 것처럼 부처 이기주의가 유독 강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참 어려운 작업입니다. 부처 개편 작업에서 관련부처의 반발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해야지요. 다른 부처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다고 봅니다. 기획예산처에서 R&D 예산통제를 받나 과기부에서 받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또 기존의 과기부 인력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부처 인력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부처로 들어와 그들이 직접 예산을 편성하게 됩니다. 지금보다 일하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가 R&D 부문에서 인력과 예산의 중복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은 무엇입니까. ▲예산만 한 곳에서 총괄하면 중복투자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됩니다. 부총리 승격보다 예산권을 갖는 게 더 중요합니다. 새로 부임한 임상규 과기부차관은 기획예산처에서 예산실장을 2년이나 지낸 예산 전문가입니다. 다 잘 될 것입니다. -미래혁신의 비전을 세우다 보면 산업ㆍ인력 정책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부분도 과기부에서 총괄합니까. ▲미묘한 문제입니다. 과기부가 과학기술혁신과 관련된 부문에 대해서는 총괄을 해야합니다. 다만 인력정책 수립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수요부처 입장에서 이런 인력을 양성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게 될 것입니다. 제도가 바뀌는 부분은 없습니다. 주무부처에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입니다. 산업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자부나 정통부, 과기부가 할 것은 각자가 다 하되 과기부는 종합적인 조명을 하는 것입니다. 서로 부딪힐 이유가 없습니다. - 이공계 기피 현상은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 동안 비슷한 정책을 펴왔지만 결과적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최근 과기부가 내놓은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보는지요. ▲우선 본질적인 문제를 봐야 합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IMF사태이후 기업들이 경영난을 빌미로 가장 먼저 이공계 출신들을 내보내면서 촉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자수가 적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생 1,000명당 이공계 학생수는 56명으로 미국 53명, 일본 31명, 영국 31명, 독일 26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꾸 부족하다는데 실상을 들여봐야 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양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력이 모자라다는데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기술자를 지원할 때는 `선택과 집중`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겠습니다. 우수한 과학기술자에게는 봉급을 대폭 올려주고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기술개발 로열티도 35%에서 50%로 확대하고 연구원장의 연봉을 과기부장관보다 더 많이 주도록 하겠습니다. - 이공계 비율이 이처럼 높지만 산업현장에서 이공계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대학마다 이공계 학과만 잔뜩 늘렸으며 외국에서 박사 학위 따온 교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들은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소홀해 보입니다. 기업이 필요한 자질을 갖춘 학생이 부족한 것도 취업이 잘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 입니다. 즉 이공계 숫자는 많은데 현장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을 배출할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하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사회 지도층의 상징이랄 수 있는 관공서에서 이공계 출신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보는데요. 현재 기술직의 비율이 1~3급은 17.1%, 4~5급은 23.7%에 그치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행정ㆍ기술고시를 통합했으며 3급 이상은 행정직과 기술직급을 완전히 통합했습니다. 신규 채용 5급 공무원 중 기술직 비율을 지난해 23.5%에서 오는 2013년에는 50%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4급 이상 기술직 비율을 2008년까지 30%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공계 일자라를 늘리기 위해 정부 투자ㆍ출자기관에 기술직 채용 목표제를 도입했습니다. 기술직이 자리잡기 위해 당분간 강제적으로 늘리는 게 필요합니다. -차세대 성장동력 형성을 민간 스스로가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게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며`눈 먼 돈 빼먹기`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국가 전체의 동력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 산업입니다. 철강, 조선 등 재래식 산업의 R&D는 계속됩니다. 신성장 동력은 오는 2012년까지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집중적으로 해보자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얼마나 쓰고 벌었느냐를 해마다 분석, 평가하고 예산 지원을 결정합니다. 과거처럼 보고서 하나로 끝내는 것이 아닙니다. 예산권을 갖고 매년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것은 제거해 나갈 겁니다 [발자취] 장관대학총장등 화려한 경력.. 한국 IT혁명 `살아있는 전설` 오명 장관의 이력은 화려하면서도 다양하다. 다른 사람은 한번도 하기 어려운 장관을 네번이나 했으며 언론사 사장, 대학 총장, 기업체 사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폭넓은 경험을 했다. 그는 특히 `한국정보통신 혁명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별명처럼 우리나라 정보통신 행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한 일간지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한국을 이끈 관료 베스트 10` 중 4위에 선정됐으며 또 다른 조사에서는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 세 정부에서 `성공 장관 4인` 중 한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41세에 체신부차관에 전격 발탁된 이후 장관까지 7년여 동안 현재 국내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이 된 전전자교환기(TDX)와 D램 개발을 주도했다. 당시 240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TDX를 개발한 덕분에 국내통신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게 됐다. 그의 업적이 세계에 알려지자 모교인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는 그의 이름을 딴 무선인터넷ㆍ정보기술분야 석좌(Dr. Oh Myung Chair in Wireless and Information Technology)를 설립했다. 300만달러의 오명석좌 기금 중 절반은 뉴욕주립대에서 부담하고 나머지는 오명석좌 설립 추진위원회가 모금키로 한 것. 오 장관은 대전엑스포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93년부터는 교통부장관과 건설교통부장관을 역임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해 동북아 허브 공항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물류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오 장관에 대한 인간적인 평가는 한마디로 외유내강형이라는 게 중론. 온화한 외모와 항상 남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고 자기의 주장을 종용하지 않는 반면, 일에 대한 열정과 한 번 옳다고 결심한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강인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 ◇약력 ▲40년 서울 출생 ▲62년 육사 졸업 ▲66년 서울대 졸업 ▲66년 육사 교수 ▲72년 미 뉴욕주립대 박사 ▲81년 체신부차관 ▲87년 체신부장관 ▲89년 대전엑스포조직위원장 ▲93년 교통부장관 ▲94년 건설교통부장관 ▲96년 동아일보 사장ㆍ회장 ▲2002년 아주대총장 [내가 본 오명장관] 선우중호 명지대 총장 어려서부터 `꾀돌이`..추진력 겸비,주위 의식않고 `실사구시`원칙 충실 오명장관과 나는 예나 지금이나 체격이 비슷하다. 중학교 때부터 작은 쪽에 속했던 오 장관과 나는 체격이 큰 애들에게 가끔 해코지를 당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나와 오 장관은 이에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 큰 차이가 있었다. 해코지를 당하면 나는 그냥 넘어갔으나 오 장관은 끝까지 대항하는 당찬 성격을 갖고 있었다. 당찬 성격은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 학생들은 그저 공부 좀 한다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간다고 결정했지,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지금도 그 때의 환경이라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오 장관이 육사에 진학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평소 조용한 성격에 체격도 작고 목소리도 그리 크지 않은 그는 우리가 보기에는 전혀 군인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자기의 길을 택하고 인생을 개척해 나아가는 비범함이 있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오 장관이 만일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꾀돌이었다. 거기에 군인으로서의 추진력과 박력을 겸비했으니오늘날 그의 성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수 있다. 화려하게 인생을 살지도 않으면서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국가를 위해 많을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원칙에 충실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대담=연성주 정보과학부장 sjyon@sed.co.kr <정리=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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