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자원 부국 호주 경제, 자원 블랙홀 中 긴축에 발목 잡히나

원자재 對中 수출 갈수록 줄어 성장세 찬물·경제 곳곳 적신호<br>대홍수 피해·소비심리 악화 등 내부 악재까지 겹쳐 전전긍긍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광산업 호조에 힘입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온 호주 경제 곳곳에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원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자원 수요에 힘입어 성장해온 호주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주택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고 소비 심리가 약화되면서 경제 성장률도 호주중앙은행의 전망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까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흔들리는 호주 경제를 전면에서 책임지고 이끌고 가야 할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들어 곤두박질치면서 호주를 바라보는 경제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호주 경제 쇠퇴하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호주 경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석탄ㆍ철광석 등 호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계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더불어 유럽의 채무위기도 호주에게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자원 부국인 호주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국들의 높은 원자재 수요 덕분에 광산업이 나홀로 호황을 누렸고 이에 힘입어 호주중앙은행(RBA)은 2009년 10월 세계 주요국 중 처음으로 출구 전략을 가동했다. 심지어 호주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거의 완전 고용 상태의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호주 퀸슬랜드주를 덮친 대홍수로 호주 경제는 충격을 받았다. 광산업ㆍ농축산업 등이 홍수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한 손실 추산액이 무려 110억달러에 달했다. 물론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호주중앙은행은 올해 및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과 시장 전문가들이 호주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올들어 심각해진 중국의 경제 상황이다. 호주 원자재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기 위해 긴축 정책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호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해부터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유로존 채무 위기도 호주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채무 위기가 이탈리아ㆍ스페인ㆍ프랑스 등 경제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처럼 외부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주 내부에서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악재가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15일 시드니 외환 시장은 호주 2위 은행인 웨스트팩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한 탓에 한동안 출렁거렸다. 호주중앙은행이 지난 2009년 10월 출구전략에 들어간 후 호주 4대 은행 중에서는 웨스트팩이 처음으로 금리 인하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웨스트팩은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떨어지고 글로벌 경제 전망이 악화됨에 따라 RBA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스트팩이 멜버른연구소와 공동조사한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대비 8.3%나 급락한 92.8을 기록,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였다. 빌 에번스 웨스트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신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경기 후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웨스트팩은 공식 통계에 잡히는 실업률은 여전히 양호한 편이지만 소매ㆍ제조업을 중심으로 실업률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 심리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웨스트팩 뿐만이 아니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 역시 월간 비즈니스 조사를 통해 소비자 신뢰지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NAB는 "호주 달러화 강세ㆍ취약한 가계 소비ㆍ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소비 심리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낙관주의적 전망도 있다. HSBC홀딩스호주의 폴 브록스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면서도 "호주의 광산 투자 붐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광산업이 이끄는 경제 성장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호주는 일부 낙관론적 관점마저 수그러들게 하는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바로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다. 최근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권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26%로 추락한 반면 야당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51%까지 치솟았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줄리아 길라드 총리에 대한 지지율 역시 40%로 떨어졌고, 그 동안 정치권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토니 애버트 자유당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 심지어 여론조사 대상자의 56%는 오는 2013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뜩이나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길라드 총리가 탄소세를 조기 도입하겠다고 선언하자 여론이 현 정부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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