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경영비전 2004] `덩치`보단 수익 극대화 주력한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자산을 늘려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특정 고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고객 심화 작업`을 올해의 경영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은행권은 우량 중소기업을 집중 발굴하는 `선택과 집중`의 대출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프라이빗뱅킹(PB)영업을 강화해 은행 수익에 기여도가 높은 VIP 고객을 유치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또 수수료 수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익증권 판매 ▲외국환 업무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 등을 통해 은행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수수료수입의 비중을 지난해 25% 수준에서 올해 30% 이상, 최고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모든 은행이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량 중소기업에 영업력 집중= 가계대출은 이미 힘을 뺄 만큼 뺐다.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갈 것으로 보이고 신용불량자 문제, 카드사 유동성 위기 등 지난 한 해 동안 가계부실을 불러왔던 문제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은행들이 찾은 2004년 대출영업의 탈출구는 바로 중소기업 대출시장, 이른 바 `미들마켓(middle market)이다. 국민ㆍ신한ㆍ하나ㆍ외환 등 주요 은행들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 목표를 가계대출 보다 높게 책정하고 유망 중소기업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특히 하나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 목표를 가계대출 증가율 12.75%를 크게 웃도는 20%로 잡고 전자ㆍ조선ㆍ석유화학ㆍ해운업 등에 관련된 3,000여개 유망 중소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중소기업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올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 목표를 가계대출 증가 목표인 10%보다 6% 포인트 높은 16%로 책정했으며, 국민은행과 외환은행도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각각 8.0%, 13.1% 등으로 가계대출 목표인 7.0%, 11.9%보다 높게 잡았다 ◇수수료 수입 대폭 늘린다= 최근 몇 년간 은행들은 빠짐없이 `수수료 수입 확대`를 경영전략의 첫번째로 올려 놓곤 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수수료 수입이 은행 총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팔 수 있는 방카슈랑 제도가 도입돼 올해부터 영업이 본격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앞으로 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 은행들이 다양한 간접투자 상품을 팔 수 있게 돼 수수료 수입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 컨설팅 업무 등 은행들의 부수 업무 취급이 늘어나면서 수익원도 다양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등은 수수료 수입의 비중을 올해 최대 50%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은행권은 올해 은행창구를 통해 약 6조원의 방카슈랑스 전용 보험상품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수수료 수입이 판매액의 5~7%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은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수수료 수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주력하는 또 다른 분야가 바로 중소기업 컨설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1년부터 외국계 컨설팅 회사와 제휴해 본격적인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하나은행도 지난해부터 컨설팅 전문업체와 제휴해 경영학박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활발한 참여로 2002년 당시 건 당 평균 1,000만원이던 컨설팅 수수료는 지난해 3,000만원까지 올랐고 올해는 5,000만원 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총 2조원대의 국내 컨설팅 시장의 10%이상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열경쟁 우려=은행들이 저마다 내실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쟁이 본격화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은행들이 우량고객들에 대한 영업강화와 수수료 수입의 확대라는 한결 같은 경영 목표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거의 모든 시중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경영목표를 세웠다. 이 전략대로라면 올 한해 중소기업대출에 지난해 보다 10조원 이상의 돈이 더 풀려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말 1.98%이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2.82%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2002년말 1.89%에서 지난해 9월말 2.82%로 가장 많이 올랐다. 결국 각 은행이 경영목표대로 돈을 풀다 보면 부실대출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형은행 중심의 시장 질서가 어느 정도 자리잡아 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은행별 특화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경영전략이 너무 획일화 돼있어 은행산업 전체로 볼 때 발전이 더디고 부실 위험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며 “과잉경쟁을 피하고 은행별로 전문분야를 개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