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늘려야

정신장애인들이 분식집을 운영한다니 믿기지가 않는 일이다. 제대로 음식을 만들 것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도대체 어떻게 음식점 허가가 날 수 있는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불안해서 어떻게 이 집을 이용할 수가 있겠는가. 도대체가 꺼림칙하다. 그래도 잘 운영되고 있다.정신질환자들이 정신병원같은 치료시설에서 일정기간 치료를 받고나면 사회에 복귀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복귀 훈련을 개개인에 따라 일정기간 받게한 다음 다시 재발하지 않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훈련·작업훈련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활훈련시설(HALF-WAY HOME)이 별로 없고 정신병원에서 퇴원, 집에서 지내다가 다시 재발, 또다시 입원과 퇴원….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단 복귀한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생활적응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2월 풍납동 주택가 음식점 골목에 있는 건물을 매입하여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분식집을 운영케 했다. 정신장애인 5명과 자원봉사자 5명 그리고 정신보건 전문요원 1명을 배치하여 영업에 들어갔다. 음식은 조리사가 맡고, 정신장애인들은 조리보조를 맡게했다. 작업 전담 정신보건 전문요원이 함께 일하면서 관찰하며 치료효과를 측정 판별한다. 분식집 영업은 인근 사회복지관에서 맡도록 했다. 처음에는 약간 조심스럽기도 했으나 일단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고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일하니 별 문제 없었다. 차츰 손님도 늘어가고 수입도 올라가기 시작하여 4개월쯤 지나니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루 80명 이상의 손님이 드나드는 꽤 유명한 분식집이 되었다. 정신장애인들 스스로가 일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음식 맛을 내고 주변 사람들의 협조와 사랑을 받는 사랑의 집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우러기 분식센타」라고 이름붙인 이 집의 운영을 위해 남모르게 애쓰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 기왕이면 이곳에 가서 식사하자고 찾는 가족손님들, 김치를 많이 해서 가져오는 이웃 음식점 주인도 있다. 작은 일같지만 경쟁 음식점이기도 한데 김치를 영업에 쓰라고 지원하는 일이 어찌 작은 일이랴.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정신장애자들이 음식점을 한다니 요즘처럼 데모하기 좋은 시절에 웬만하면 반대시위라도 했을텐데 되레 이들에게 성원을 보내는 이웃이 한없이 고맙다. 가장 힘이 나는 사람들은 이들 정신장애자 가족들이다. 이분들도 직접 자원봉사자로 나서 함께 일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여기서 일하는 이들이 정신질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지극히 정상적인 우리의 이웃이 되고 있다. 단순한 작업치료가 아니라 이들이 강한 의욕으로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수입을 더 올리려고 애쓰는 경영인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장하고 보람있는 일이다. 사회가 이들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병든 우리 사회를 치료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해야 할 일들도 많다. 앞으로 이곳에서 치료되고 훈련된 사람들을 위해 취업알선에 적극 나서 이들이 완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잘 받아줄지 걱정이 된다. 지금 시험운영중이긴 하지만 이와같은 시설을 다른 곳에도 확대하여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작업치료와 생활적응 훈련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겠지만 각 자치단체가 한두 곳씩 운영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신보건법에는 아직 작업훈련 시설에서의 수익사업이나 보호작업장같은 개념은 도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방법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다보니 법적·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들이 운영하는 분식집」. 듣기만 해도 정신이 맑아진다. 이집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는 멋진 집이 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