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단순노동서 비제조·핵심분야 확산(아웃소싱 바람)

◎국내선 외부용역 해외선 현지완결형/인력중개 등 부상속 근로의욕 저하 문제점도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잡지인 「포춘」은 최근 한 특집기사에서 21세기의 기업모습으로 『기존 조직은 헤체되고 생산방식도 자유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프리랜서 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랜서 경제란 기업이 기획·제조·판매·경영관리 등 주요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마치 프리랜서를 활용하듯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이른바 아웃소싱(Out Sourcing·외부조달)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업체에 부는 아웃소싱 바람을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일본의 섬유업체인 도레이사는 90년대초 불황이 심화되자 제조부문을 방적 30개, 직물 27개 등 모두 1백17개 외부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었다. 도레이는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기획과 판매만 담당했다. 그 결과 1천2백명에 달하던 본사인력은 절반으로 줄었고, 2년여 동안 계속됐던 적자를 거뜬히 청산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아웃소싱을 「예술화」하는 것은 회사의 힘』이라며 『앞으로 첨단사업이 아닌 한 핵심부품이라도 과감하게 외부에 맡길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방침에 맞춰 수출용 가전제품에 대해 생산은 물론 디자인·개발·판매까지 모두 해외 현지업체에 맡기는 「현지완결형」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웃소싱 바람은 이렇게 전세계적이다. 특히 최근 국내업체들은 극심한 경기불황에 따른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아웃소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과감하게 수용하고 있다.  식품업체인 제일제당은 지난해 「식물나라」라는 상표 하나만으로 화장품 사업에 참여했다. 이제품의 생산은 모두 전문업체가 맡고 관리와 영업은 제일제당의 기존 식품사업부 조직을 활용했다. 이 회사가 화장품 사업을 하면서 새로 한 일이란 상표를 만들고 광고를 한게 전부다.  아웃소싱의 새바람에서 주목되는 것은 비제조·핵심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 『몇년전만 해도 수송·전산처리·사환 등과 같은 저급의 단순노동이나 간접부문, 일부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제품 등에 국한됐던 아웃소싱이 이제는 핵심 생산라인은 물론이고 디자인·연구개발·인사·조직·판매·서비스 등 핵심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그룹 경영혁신 추진본부의 35명 인력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대학이나 전문기관에 교육을 위탁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음료, 패션 등 일반 상품에서 최근에는 전자, 자동차, 정보통신등으로 확산되는 것도 큰 변화. 국내에 판매되는 의류의 70% 정도가 아웃소싱이며, 음료업체 모두가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다. 전자업체도 외주비율을 높여나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글로벌 아웃소싱」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현지완결형 체제라고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하는게 아니라 현지업체, 현지 외국기업, 국내업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아웃소싱 바람으로 최근들어 사원교육을 비롯 자동화·정보화 교육, 디자인·설계 전문회사, 인력중개회사와 같은 신종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웃소싱 바람이 거세지면서 문제점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내의 전문화를 저해해 근로자들의 업무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근로자들이 실직 위협으로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가져올 수도 있다. 최근 끝난 프로농구의 용병수입은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센터진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우려도 크다. 「용병은 사병처럼 총을 쏘겠지만 그 나라를 위해 죽지는 않는다」는게 아웃소싱의 문제점.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원가절감과 시간절약이라는 아웃소싱의 장점은 무한경쟁 시대를 맞은 기업들에게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인 것만은 틀림없다.  『외부조달이 확대되면 기업의 가장 중요한 기능의 하나인 제조과정이 모두 없어지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 포춘지의 지적이다.<민병호> ▷아웃소싱이란◁  기업의 여러가지 경영활동과 업무 가운데 일부를 기업자체내에서 처리하지 않고 외부에 맡기거나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기업의 역량을 핵심부문에 집중하면서 외부의 전문분야를 활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영혁신운동의 일환이다. 「외부조달」 「외부화」란 말로도 불린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외주생산, 해외출장 관련업무나 자가용을 없애고 업무용차량을 랜터카로 이용하는 것 등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글로벌소싱도 아웃소싱의 하나다.  반면 모든 경영활동과 원부자재 등을 자체적으로 생산, 조달하는 것을 원세트(One­Set)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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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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