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붙은 자원전쟁] <2부-5> 브라질

제2부: 프런티어를 가다<br>자원확보 전쟁에 '삼바경제' 콧대 하늘 찔러 <br>산토스만서 초대형 유전 3곳 발견, 세계 10위 산유국에 <br>개발 가능지역 80%는 아직 손도 안대 잠재력 무궁무진 <br>글로벌 자원 시장 발언권도 갈수록 커져 "美·中수준 버금"

브라질의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석유시추선이 인도선에 이끌려 유전탐사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5월14일 브라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15일 오후2시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관계자와 만나는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페트로브라스와의 인터뷰를 위해 접촉을 시도한 지 거의 한달 만이었다. 그러나 15일 오전 페트로브라스에 연락하자 “아직 시간이 잡히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시 수 차례의 통화 끝에 “2시께 될 것 같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약속시간에 맞춰 찾아간 회사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다시 전화를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늦게 당초 인터뷰하기로 했던 사람이 급한 일 때문에 나갔다면서 그 다음날(16일) 오후5시에 ‘미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페트로브라스 관계자를 만나기는 이처럼 힘들었다. 페트로브라스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인 PDVSA와 함께 세계 석유업계의 메이저급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자원확보 전쟁이 벌어지면서 자원부국 브라질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회사인 브라질 발레사에서 철광석을 수입하는 포스코의 정해성 리우사무소장은 “과거에는 발레에 철광석을 더 달라고 부탁했지만 지금은 못한다“며 “혹시 밉보여 되레 양이 줄어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철강산업에서는 현재 철광석ㆍ석탄 등 자원공급 업체들이 철저히 ‘갑’이고 제철ㆍ제강회사들이 철저히 ‘을’이다. 세계 철광석 공급은 3대 생산회사인 발레ㆍBHP빌리턴ㆍ리오틴토 등 3사가 70% 이상을 장악한 반면 수요업체들은 전세계에서 수백개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레는 포스코에 공급하는 철광석 가격을 75%나 올렸다.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포스코조차 칼날 위에 서 있습니다. 칼자루는 철광석이나 석탄 등 자원을 보유한 회사들이 쥐고 있고요….” 포스코가 흔들리면 ‘산업의 쌀’인 한국의 철강산업이 흔들리고 그러면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브라질은 요즈음 ‘뜨고 있다’. 세계 자원시장에서는 물론 정치ㆍ경제 분야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더불어 미국에 비견할 수 있는 강대국 후보로 브라질을 꼽기도 한다.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큰 광활한 면적, 1억9,000만명의 인구, 세계 2위의 철광석 등 광물자원뿐 아니라 에탄올 수력발전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보유한 국가, 개발 가능 지역 중 현재 약 20% 수준만 개발되고 있는 잠재력이 큰 나라. 브라질의 간단한 프로필이다. 특히 브라질 석유개발공사(ANP)는 지난해 말부터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사이의 산토스만에서 투피ㆍ주피터ㆍ카리오카 등 3개의 초대형 유전을 잇따라 발견했다고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4월 발표된 카리오카 유전은 매장량이 330억배럴로 추정되면서 세계 3위의 초대형 유전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 신규 3개 유전을 제외하고 지난해 말 현재 브라질의 원유 매장량은 139억배럴(세계 15위)이다. 이들 유전을 포함할 경우 브라질의 매장량은 850억배럴로 껑충 뛰어 10대 산유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물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도 가입할 수 있다. 전반적인 경제상황도 좋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월21일 건국 이래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브라질이 외채보다 외환보유액이 많은 순채권국으로 전환됐다고 발표했다. 또 5월 초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인 BB+등급에서 투자적격인 BBB-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2001~2002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지 6년 만에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이 한단계 더 발전하려면 관료주의ㆍ부패 등 이른바 ‘브라질 코스트’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브라질의 한 주재원은 “브라질 관공서에서 ‘내일 오라’고 하면 그것은 내일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언젠가(someday)’ 해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브라질 기업과의 비즈니스에서 ‘다음주에 결정하자’고 하면 그 일이 해결되는 데 약 2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다. 글로벌스탠더드 차원에서 보면 문화ㆍ정치ㆍ사회ㆍ행정 시스템은 낙후돼 있다. 브라질에서 오래 생활한 한 기업인은 “브라질의 영향력이 커지고 경제상황이 호전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글로벌스탠더드에서 보면 사회나 행정 시스템은 후진적인 측면이 많다”며 “만일 최근 브라질 발전의 원동력인 국제 자원 가격이 크게 추락해도 브라질이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스럽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