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문화 외교에 힘쓰자

보아가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을 요청받았다. 한국의 스타가 해외 드라마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뉴스가 어느 순간부터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이 돼버렸다. 우리 스타에 열광하는 해외팬들의 모습도, 우리의 문화상품이 외국의 시청률이나 판매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이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홍콩에서 방송된 MBC 드라마 ‘대장금’은 시청점유율이 91%였다고 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는 문화선진국이 되었던가.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의 문화상품에 마음을 빼앗겼던 주위 아시아 국가들이 주머니를 열기 시작한 지 불과 2~3년 만에 슬슬 냉정을 되찾고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고 이미 중국 정부 당국이 한국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는가 하면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는 끝내 중국에서 상영할 수 없게 됐다. 수입은 없이 수출만 하고 있는 한국 문화상품에 대한 반감이 한류 스타들에 대한 의도적인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보아나 김윤진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아무 제약 없이 활동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연예인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스타들이 해외드라마에 직접 출연한다는 뉴스는 많지만 해외스타가 한국 드라마에 주연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도 우리 측에서는 마음과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오로지 ‘어떻게 팔 것인가’에만 골몰해 있다. ‘인맥’이라는 것도 서로 주고받는 게 비슷할 때 유지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베풀거나 받기만 하면 ‘관계’라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모든 사회적 관계는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이제 우리의 문화상품이 당신들 국가에도 득이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게 순수한 문화적 가치로서의 이익이든 아니면 합작이나 현지제작 형태든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지 말고 그들에게 이익을 준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도 그들의 문화에 기꺼이 관심을 가짐으로써 우리 문화를 소비해주는 그들에 대한 이해나 공감대의 바탕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힘,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 코드는 어떠한 외교적ㆍ경제적인 교류나 협정으로도 할 수 없는 더 큰일을 한다. 문화적 코드는 물건을 팔면서 마음까지도 얻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화외교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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