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블루오션을 찾아 동남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로펌들 역시 현지 법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한 국내 로펌에서 최초로 베트남인 변호사를 채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 1호 베트남 변호사를 만나봤다. “베트남에서 일할 때 한국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어서 한국 로펌에서 일해보고 싶었죠” 베트남 출신인 윈득 밍 (Nguyen Duc Minh) 변호사(사진)는 지난 해 말부터 국내로펌인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출신의 변호사는 국내 로펌에서 상당수 활동하고 있지만 동남아, 특히 베트남 국적 변호사가 국내 로펌에 채용된 것은 처음이다. 또 외국변호사로서 단기간 동안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손을 잡은 게 아니라 아예 채용돼 소속 변호사로 일하게 된 점도 특이하다. 밍 변호사는 베트남에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호치민대학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자격증 취득한 후 MBA(호치민대)까지 수료했다. 2000년~2003년 베트남에서 가장 큰 로펌 중 하나인 ‘인베스트컨설트 그룹’(InvestConsult Group)에서 외국인 투자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왔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계 다국적 물류회사인 ‘맥트랜스 MC Trans’의 베트남 지사에서 회계책임자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밍변호사는 “그때 한국인들의 프로정신과 성실함에 반했다”며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한류바람도 한국행을 선택하는 데 한 몫 했다”며 웃었다. 이후 그에게 서울 국제법률경영대학교에서 2년간 유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동남아 국가의 법률가들을 상대로 하는 이 학교는 전액 장학금으로 운영된다. 그만큼 선발과정도 까다롭다. 밍 변호사가 로고스에서 맡게 될 일은 당연히 베트남 투자와 관련된 업무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만해도 300여 개가 넘을 만큼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밍 변호사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보는 한국 기업과 자본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호의적이라는 점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국가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마, 영화 등 한국의 문화상품은 아픈 과거사를 잊게 할 만큼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이는 문화 마케팅이 가진 가공할 만한 힘”라고 밍 변호사는 전했다. 밍 변호사는 최근까지 베트남 현지에 파견돼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기업의 현지 업무를 처리하고 2월부터 서울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아직까지 서울의 추운 날씨에는 적응하진 못했으나 당장 한국어 단어장을 만들어 공부할 만큼 ‘현지 적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고스 내에서 이른바 ‘베트남팀’을 이끌고 있는 류두현 변호사는 “베트남은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로펌에도 블루오션”이라며 “로고스가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는데 있어 밍 변호사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