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동안 무려 374권을 독파한 대학생 독서왕이 화제다.
올해 들어 건국대 도서관에서 책을 가장 많이 빌려 '독서왕'으로 뽑힌 이 학교 기술경영학과 4학년 최수범(25·사진)씨는 지난달까지 10개월간 도서관에서 374권을 빌려 읽었다.
그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는 물론 게임을 할 때도 틈틈이 읽을 수 있도록 항상 주위에 책을 둔다"며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억지로 읽는 친구도 있는데 책을 통해 좋아하는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게 독서의 출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대출 목록에는 최근 영화화된 뱅자맹 르그랑의 '설국열차'나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등 공상과학(SF) 소설부터 '극장국가 북한(정병호·권헌익 공저)'과 같은 정치·사회과학 서적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이 올라 있다.
최씨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소설에서는 특별한 재미를 맛볼 수 있고 인문·사회 서적에서는 사회 현상에 관한 심층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며 "모든 책에 저마다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을 묻자 최씨는 '극장국가 북한'이라고 답했다. 그는 "읽을 때는 정말 어려웠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는 북한과 국제 정세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돼 희미했던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는 '거대한 사기극(이원석 저)'을 꼽았다.
출판가에 난무하는 자기계발서를 비판적 시각으로 평가한 이 책에 대해 그는 "자기계발과 가장 밀접한 때인 대학시절에 꼭 읽어볼 만한 책으로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번 학기에 휴학한 최씨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후배와 함께 벤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을 기획 중인 세 사람은 지난 8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창업기획 공모전에 사업계획서를 내 당당히 선정됐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창업을 준비하게 된 최씨는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많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 같다"며 말했다.
그는 "책에 담긴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창업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책에서 지혜를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