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遠培 기획특집팀 차장)기아자동차가 이름처럼(起亞) 「일어서고」있다.
월 판매는 지난달 손익분기점 수준(7만대)을 넘어섰다. 앞으로는 매달 8~9만대를 팔고, 올해 목표(83만7,000대)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올해 1,000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법정관리의 조기해제도 추진중이다.
되돌아보자. 지난 97년 7월 사실상의 부도와 함께 기아자동차의 향방은 국가적 혼란을 가져왔다. 끝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가져온 장본인이 됐다고 낙인찍혔다. 기아처리를 시장에 맡기기로 결정한 뒤 현대그룹이 인수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이때까지 기아는 「아사(餓死)의 기아(飢餓)」였고 「(국민들로 부터)버린 자식」(棄兒)이었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네자릿수 흑자」와 연말 부채비율 170%를 목표로 하고있다.
이름처럼 「(아시아에서)일어나는」모습이다.
미국에서「전사자」로 불리던 KIA(KILLED IN ACTION·전사자)는 수출 급증과 주목되는 광고전략 등으로 「미국속의 한국」(KOREA IN AMERICA)을 자부하는 KIA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아의 성공적 변신은 비슷한 문제로 혼란과 갈등에 휩쌓인 지금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아는 현대가 인수 한 뒤 경영권이 안정됐고 이를통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 체제」에 「오너 체제의 대표기업」의 접목이 제대로 될 것이냐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였다. 대통령이 「오너퇴진」을 말하고 실패한 경영자의 퇴진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되면 재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이 깔려있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경영체제」가 재벌의 성패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잣대는 아니라는 교훈을 기아의 변신에서 읽을 수는 없을까.
기아의 모습은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확인시킨다. 기아의 향방을 놓고 벌였던 수많은 논란과 갈등에서 시장은 사라졌었다. 어설픈 논리와 예측속에서 나온 결론은 「기아의 회생은 어렵다」였다. 그러나 기아의 오늘은 기아를 두고 나왔던 온갖 정치적 논리와 이해 집단간의 갈등이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과 허탈할 정도의 비생산적인 행위였는가를 증명한다. 그리고 삼성자동차역시 시장에 맡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손을 떼겠다는데 강제로 붙잡거나 비시장적인 대가를 강요해서는 순리대로 안풀린다. 공장을 매각하려면 국제입찰에 부치면 되고, 가능성이 없다는 채권단의 판단이 서면 다른 용도로 쓰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 삼성차를 비롯해 재벌정책을 추진하는데 관계된 사람이라면 다음 질문을 기억했으면 싶다.
「97년 부도이후 기아가 지금의 모습을 보이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는가」. /WOBA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