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증권은 없다?

오철수(증권부 차장)

“은행은 증권업무까지 하고 있는데 증권회사의 업무영역은 왜 안 넓혀줍니까.”(증권사 사장단) “업종간 논란이 있고 관련법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을 지금 뭐라 말하기는 곤란합니다.”(금융감독위원회) 최근 증권회사의 업무영역 확대를 둘러싸고 업계와 정부당국간에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현재 ‘손발이 묶인 채 꼼짝없이 굶어죽는 모습’이라고 호소한다. 실제로 증권사의 처지는 절박하다. 지난 4월 4조원에 육박하던 하루평균 주식거래대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지난달에는 2조원 밑으로 뚝 떨어졌다. 수수료 수입 급감으로 증권사들은 여지없이 무더기 적자구조에 내몰렸다. 증권사들이 요구하는 골자는 ‘특별대우를 원하는 게 아니라 차별대우를 개선해달라’는 것. 주가지수 연계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비슷한 성격의 상품이지만 은행이 운용하는 ELD는 주식 포괄주문이 허용돼 상품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주식을 대량으로 주문해 펀드별로 분배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은 펀드별로 주문을 따로 해야 한다. 당연히 운용비용도 더 들 수밖에 없다. 수고로움은 두배 이상이지만 과실은 절반도 안돼 항상 배가 고프다. 반면 정부당국은 ‘이해관계가 다른 상대방이 있는데다 법령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다룰 사안은 아니다’고 일축한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데 이에 대한 해법은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이다. 심하게 말하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보다는 업종간 ‘밥그릇 싸움’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에도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 증권사들은 개인금융자산을 노리고 속속 국내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 금융산업은 지금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전후좌우에서 동시다발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만 펼쳐지고 있다. 덕분에 증권사들은 아프리카 난민보다 더 앙상하게 시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금융산업을 지나치게 은행 위주로 끌고 왔다. 이 때문에 증권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한국의 금융산업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필요하다면 이제라도 한시바삐 차별적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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