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치러진 올해 수능시험에서 복수 정답 시비가 일었던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정답이 두 개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3일 국어학자와 교수 등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해당 문제 정답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3명은 `확실히 3번` ▲2명은 `3번이 정답이나 5번도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1명은 `5번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각각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들 전문가 6명중 절반인 3명이 사실상 `5번도 정답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평가원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당초 정답으로 처리했던 3번은 물론 5번도 정답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언어영역 17번 문제는 월북 시인 백석(白石)의 시 `고향`과 그리스신화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의 지문을 제시한 뒤,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 나오는 것들 가운데 `고향`에서 언급된 `의원(醫員)`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고르라는 질문으로, 당초 정답은 3번 `미궁의 문`으로 결정됐으나 5번 `실`도 정답이라는 시비가 일었었다. 이 문제를 풀면서 3번 이외의 답을 골라 문제를 틀린 수험생은 전체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측은 "해당 문제의 정답이 어떤 것인지를 놓고 수 차례 내부회의를 거듭했으나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며 "이종승 평가원장이 24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통해 평가원 입장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장기원 대학지원국장은 "두 개의 정답을 인정할 확률은 절반 정도”라며 “최종 결정과정이 남아있어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평가원이 해당 문제에 대해 두 개의 정답을 인정할 경우 수능 답안지를 재채점해야 하는 등 수능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학력고사나 수능시험 등 정부가 주관한 대입시험에서 문제 출제 오류로 정답이 두개로 인정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