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바이쇼크'의 주범이었던 두바이 월드가 채무의 60%만 상환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현지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두바이월드는 지난해 11월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후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바이월드가 7년 후 채권단에 원금 60%와 이자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6일 보도했다. 220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두바이월드는 채무상환과 관련해 두바이 정부의 보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바이월드는 이 같은 제안을 채권단과의 협상 시한인 오는 4월께 공식화할 방침이다.
두바이월드는 이밖에 정부 보증 없이 7년 후 채무액 전액을 일괄상환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경우 상환금 중 40%를 자회사 나크힐의 자산으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채권단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방안이다. 이 때문에 14일(현지시간) 두바이 증시는 전일보다 3.5%나 급락했다. 15일에도 0.3% 추가 하락했다. 아랍권 최대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의 파드 이크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채무상환 보다 빨리 이뤄지거나 상환규모가 좀더 많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두바이를 방문 중인 영국의 피터 맨델슨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은 이날 "두바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좀더 공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바이월드에 자금을 빌려준 은행 중에는 HSBC,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스탠더드차터드 등 영국 은행도 여럿 끼어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도 이뤄졌다. 두바이월드에 자금을 빌려줬던 한 현지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는 "두바이월드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월드가 채무조정과 관련해 방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