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두꺼비」 진로를 살려주세요”

◎회장 등 임원들 “제품구매호소” 가두캠페인/직원들도 동참… 시내곳곳서 재기의지 다져「두꺼비의 눈물.」 30일 상오 10시4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리스백화점 1층매장.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을 비롯한 진로 주요계열사 사장·임직원들은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이같은 제목아래 「슬픔에 잠긴 두꺼비그림」(눈을 감고 있다)이 그려진 전단을 돌리며 진로제품 구매를 호소했다. 『민족기업의 자부심을 안고 지난 73년동안 사랑과 신뢰를 이어온 진로가 최근 경영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께 우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진로는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내실있는 경영으로 국민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장건룡 진로쿠어스맥주사장 겸 영업총괄 사장, 이황원 주류생산부문총괄사장, 문상목 (주)진로사장 등 사장단들도 이날 아크리스백화점주변, 서초동식당가, 강남역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같은 내용의 전단을 돌리면서 재기의지를 알렸다. 국내기업에서 그룹회장과 사장들이 회사를 살리겠다며 거리로 나선 것은 처음있는 일. 직원들도 동참했다. 이날 임직원들은 40∼50명씩 조를 편성해 「우리의 진로, 우리가 살린다」 「민족기업 진로,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또 이날 서초동 그룹빌딩 광장에서는 「회사살리기 1백일작전」 발대식을 갖고 오는 7월20일까지 1백일간의 가두캠페인에 나섰다. 이 캠페인에서 임직원들은 전국 주요요식업소, 백화점, 전철역 등에서 「두꺼비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게 된다. 7월20일은 부도방지 유예기간이 거의 끝나는 시점이다. 상업은행 등 채권은행단은 지난 4월28일 진로를 부도방지협약의 첫대상으로 선정하면서 3개월간 부도방지 유예기간을 주고 이후 추가지원여부를 재심사하기로 했다. 따라서 「1백일캠페인」은 부도위기에 몰린 회사를 반드시 정상화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장건룡 사장은 이날 발대식에서 『전 진로인이 현 위기상황 극복에 사력을 다해 진로르네상스를 다시 구축하자』고 호소했다. 「두꺼비가족」들의 이런 눈물겨운 호소는 민족기업이며 서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두꺼비에 대해 우리국민들이 애정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진로제품은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등지에서 수출주문이 쇄도, 부도방지협약 적용 이전보다 판매가 잘 되고 있다. 진로의 한 관계자는 『특히 일본에서는 주요언론들이 특이한 현상으로 소개할 정도로 진로소주 수입주문이 폭증하고 있다』며 『진로소주는 재일교포들의 「망향주」로 진로가 어렵다는 소식에 과거보다 더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진로를 살리자」는 운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지난달 소주판매는 전년동기에 비해 30% 이상, 맥주도 20% 가까이 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진로가 이날 돌린 전단에 있는 두꺼비는 깊이 눈을 감은 채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이다. 이날 때마침 쏟아지는 빗줄기속에서 임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겠다며 진짜 눈물을 흘렸다. 이날부터 시작된 「두꺼비가족」들의 「눈물」과 「땀」이 경영정상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박원배·이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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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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