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성공학인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의 각 부문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는 차세대 지도자급으로 주로 여성들이 거론될 정도다. 그런데 공학 분야만큼은 아직도 상대적으로 많이 뒤쳐져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위원을 둬야 하는데 과학 및 기술 분야에는 여성위원을 모시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몇몇 저명한 `여성 엔지니어`들이 겹치기 출연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학계열의 여성 졸업생 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공학계열 재학생 중 여성의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약 13%까지 늘기는 했지만 박사학위 취득 비율은 전체의 5%밖에 안된다. 감성이 담기지 않은 자동차나 여성의 섬세한 안목을 무시한 냉장고가 잘 팔리겠는가. 이제 제품기술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감동을 주는 데서 성패가 가름 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들의 이공계 진출은 매우 소중하며 더 확대돼야 한다. 특히 앞으로 출산율의 저하로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여성인력을 활용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리더급 여성 공학인들이 모여 그들의 시련과 극복을 담은 책의 발간식을 갖고 결집된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고급 여성 기술인력이 전업주부로 전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여성 공학도들의 사회진출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남성 중심의 작업장 문화와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이 일할 수 있게끔 안전하고 깨끗한 작업장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또 육아ㆍ교육문제를 도와주기 위해 여성 기술인력에 대해서는 탄력적 출퇴근제를 시행한다든지, 작업장에서 동료의 부재로 인한 소외감을 덜어주기 위해 최소한의 여성인력 배치 의무화 등 제도ㆍ관행적으로 개선해야 될 사항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중고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기 위해 이들이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에 흥미를 갖도록 각종 체험 프로그램 같은 것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개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성에게는 공학이나 기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편견과 선입관을 불식하기 위한 캠페인이 제일 시급한 것 같다. <조환익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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