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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 규제에 관한 소송에서 업체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대형마트의 의무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첫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번 판결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의 정당성을 판단한 판결이라고 보고 규제 반대에 대한 명분이 생긴 만큼 공세를 지속해가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지난 4월 같은 재판부에서 심사한 가처분신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본안 판결에서 상황이 뒤바뀐 만큼 유통업계로서는 유통산업 발전법의 실효성 및 형평성에 대한 지적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의 휴무에 따른 소비자 불편과 소비위축, 소상공인 보호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은 점 등 제기된 문제점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법안 발의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성사되지 않음을 법원이 인지한 것으로 추후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이은 대형마트ㆍSSM 의무 휴업으로 소비자 불편, 협력업체와 입점 상인 피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번 판결이 대형 유통업 규제에 대해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반의 승리…갈 길은 멀다=그러나 이번 판결은 절반의 승리일 뿐 대형마트와 SSM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판결일 뿐 유통 규제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규제 절차를 둘러싼 논란과 힘겨루기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항소, 헌법 소원 등 지리한 공방도 남아 있는데다 정치권을 상대로 한 당위성 논란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규제 관련 헌법소원이 일러도 올 연말께나 돼야 나올 예정이어서 이번 행정소송으로 결론이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세도 더 거세지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의무휴업을 월 4회로 늘리기로 추진하는 등 공방은 아직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혼란도 불가피하다. 당장 송파구와 강동구 지역의 대형마트와 SSM은 이번 일요일(24일)부터 일요일에도 영업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마트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일요 휴업을 하는 점포와 휴업을 하지 않는 점포에 대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표류하는 유통산업발전법=하지만 재판부가 문제 삼은 것은 지자체의 영업제한 처분 자체가 아닌 절차의 위법성으로 절차상의 문제를 개정한다면 영업제한의 위법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해당 지자체의 영업제한 처분은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정 및 취지에 위반되는 조례에 기초해 행해졌다"며 "대형마트에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 등도 주지 않아 행정절차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의무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이 포함된 유통법 발의 뒤 본안 소송에 앞서 강동ㆍ송파, 성남, 수원, 부평 등 수도권 5개 지자체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뒤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본안 소송을 진행, 승소했다. 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현재 부산ㆍ성남ㆍ창원ㆍ전주ㆍ서 ㆍ속초ㆍ여수 등 10여 개 이상의 지역에서 각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승소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별로 판결이 나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 발의 이후 기대한 중소 상공인 보호 효과보다는 협력업체 도산 및 소비위축 등 부작용이 강하게 나타나는 등 2차 피해가 상당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라며 "이번 소송에 따른 판결이 기타 지자체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개별 소송이 불가피한데다 영업제한 조치의 헌법적 정당성 등은 아직 판단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당분간 유통업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