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반등에 나섰던 증시가 미국의 긴축 리스크와 중동발 악성 루머에 다시 주저앉았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에 두바이월드의 파산 루머, 영국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특히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 증시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할 때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시다발 악재에 1,600포인트선 다시 붕괴=19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27.29포인트(1.68%) 하락한 1,593.90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지난 5일 급락한 후 힘겹게 1,600포인트선에 오른 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1,500포인트선대로 후퇴했다. 전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뉴욕시장 마감 후 전격적으로 재할인율을 인상했다는 소식에 이어 두바이월드의 파산 루머가 더해지면서 지수를 크게 끌어내렸다. 또한 신용평가사인 피치사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우려하자 향후 하향 가능성마저 불거지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현물에서는 4거래일 연속 '사자'에 나섰으나 선물에서는 3,000계약을 순매도하면서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해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증시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이 결국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은 긴축 우려를 키울 수 있고 달러 강세 전환에 따른 달러캐리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두바이월드 파산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루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 않다"며 "결국 복합적 요인으로 증시가 하락했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의 긴축 우려가 가장 컸고 충분한 증시 조정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내뿐 아니라 일본·홍콩·인도 증시도 일제히 1%가 넘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증시 체력도 크게 악화=이날 코스피지수가 힘없이 1,500포인트선대로 다시 주저앉은 데는 최근 약화된 증시 체력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3조6,000억원에 머물러 이틀 연속 3조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한 달 전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진 수치다. 16일 2조원대까지 떨어졌던 거래대금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주 주간 단위 총거래대금도 13개월 만에 최저치인 1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거래량 역시 13억주에 불과해 4주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 체력이 가뜩이나 악화된데다 미국과 두바이 등에서 연이어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지며 지수를 크게 끌어내렸다"며 "수급이 좋지 않아 악재에 보다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망 분위기 짙어질 듯=증시 체력이 크게 약화된데다 글로벌 긴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주 춘제 연휴로 휴장했던 중국이 다음주부터 거래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의 변수도 자칫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됐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CS)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긴축 리스크 등을 포함해 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곽 팀장은 "다음주 중국 증시 흐름도 최근 분위기를 감안할 때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힘들다"며 "증시 관망세는 다소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