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김인 삼성SDS 사장

"정당한 대가 보장이 상생의 핵심" <br>협력中企와상의 '값깎기식 발주 관행' 지양<br>해외진출 위해 글로벌 IT사와 협상 진행중<br>우수인력 등 바탕올매출 2조3,000억 목표


[CEO와 차한잔] 김인 삼성SDS 사장 "정당한 대가 보장이 상생의 핵심" 협력中企와상의 '값깎기식 발주 관행' 지양해외진출 위해 글로벌 IT사와 협상 진행중우수인력 등 바탕올매출 2조3,000억 목표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수백억원짜리 대형 사업의 입찰가를 재래시장의 콩나물 값 깎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해주는 발주 풍토야말로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상생(相生)을 이끌어내는 길입니다.” 국내 1위의 IT서비스기업인 삼성SDS를 4년째 이끌고 있는 김인(56ㆍ사진) 사장은 “IT서비스 업계에서 대기업과 협력 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필수 조건은 적정한 입찰 가격, 바로 ‘정당한 대가’”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각종 IT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업종의 특성상 숱한 중소 업체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는 오랫동안 불신이 존재해왔다”면서 “불신의 원천은 바로 발주처가 무조건 가격을 깎으려고만 하는 관행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SDS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입찰에 들어가기 앞서 협력 업체와 상의해 합당한 발주 가격을 보장하는 사업만을 추진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며 “가격보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입찰 관행을 만들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값 받기’와 함께 ‘글로벌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IT서비스기업들로서는 해외 진출 문제가 ‘아킬레스건(腱)’이나 다름없다. 거의 모든 업체들이 대기업 그룹 계열사지만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해외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진행 중이다. 바로 해외 유명 IT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해외사업을 크게 강화하는 일이다. 전세계 IT서비스시장 규모는 한해에 6,500억달러로 반도체(2,000억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반면 국내시장 규모는 150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만큼 해외시장 공략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는 “지난 10년간 여러 기업이 해외법인 등을 통해 직접 진출한 것은 1단계에 속한다”면서 “이제는 해외 업체와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어야 할 때이며 삼성SDS도 글로벌 IT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뛰어난 인도기업들에 대한 분석 작업을 통해 벤치마킹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다. 흔히 IT서비스업은 고급인력을 활용, IT시스템을 구축하는 분야다. 그래서 ‘사이버 건설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삼성SDS는 올해 매출 2조3,000억원, 영업이익 2,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 못지않게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을 중시한다. 그는 인재를 4종류로 설명한다. 바로 人材(재목), 人財(재물), 人在(존재), 人災(재앙)이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人材)을 뽑아 개인의 역량을 키워주는 동시에 회사의 소중한 재산이 되도록 하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의 인재론은 삼성SDS의 지식공유프로그램 ‘아리샘’에 잘 반영돼 있다. 아리샘에는 현재 7,300명에 이르는 직원이 각 분야에서 축적한 16만건의 운영 노하우 및 아이디어가 등록돼 있다. 개인과 회사의 역량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IT서비스 업계가 새로운 화두를 가지고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서비스’라는 것이 단지 몸으로 용역을 제공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과학(Science)을 만나면 전혀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된다”면서 “IT서비스산업은 앞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연결하고,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등이 포함된 ‘서비스 사이언스(Service Science)’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이 대기업 그룹 계열사로서 다른 계열사에 의존해 ‘손쉽게’ 매출을 확보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삼성전자는 해외 유수의 기업들조차 앞다퉈 벤치마킹하려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런 경쟁력 뒤에는 실적ㆍ재고ㆍ포트폴리오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삼성SDS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삼성 식구’라서 우리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섣불리 예단할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 기업의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각고의 노력과 노하우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임 이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임직원들에게 ‘월요편지’를 보내고 있다. 월요편지는 김 사장이 생각과 정보를 임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주제는 회사 경영뿐 아니라 건강, 가장의 역할 등 실로 다양하다. 어떨 때는 답장이 30통을 넘는다. 그만큼 상당수 임직원들이 공감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월요편지가 ‘베스트 셀러(?)’로 떠오른 힘은 바로 김 사장의 엄청난 독서량이다. 그는 “매달 20여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보통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을 본다”면서 “정독하는 것은 4~5권 정도”라고 말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솔선수범·창조적 파괴 중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무거운 십자가를 진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리더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로 '솔선수범'을 꼽는다. 그래서 사장이라면 회사를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훨씬 더 어려운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믿는다. 김 사장이 말하는 '솔선수범'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그는 "솔선수범이란 단지 아침 일찍 일어나 앞마당을 쓰는 것과 같은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개발, 선행 투자와 위험 관리 등을 파악하고 끊임없이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는 자세"라고 말한다. 그는 또 '배움'을 끊임없이 실천한다. 그는 "배우지 않으면 조직을 이끌 수 없다"며 "요즘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만이 조직에 새로운 혼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창조적 파괴는 '앎'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가 틈만 나면 책에 빠져드는 것도 이런 믿음 때문이다. 김 사장의 믿음대로라면 사장 노릇은 여간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항상 밝다. 늘 '긍정적으로 즐겁게'라는 좌우명을 되새기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좌우명에 대해 "사고는 긍정적으로, 행동은 즐겁게 하라는 뜻"이라고 풀이해줬다. 그의 좌우명은 자신의 종교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수십년 동안 매주 월요일 새벽 미사를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신앙'과 '가풍'을 자식들에게 가장 남겨주고 싶은 유산이라고 말한다. ◇약력 ▦ 49년 경남 창녕 출생 ▦ 74년 삼성물산 입사 ▦ 7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 94년 삼성 비서실 인사팀장 ▦ 98년 삼성SDI 독일법인장 ▦ 2002년 호텔신라 총지배인 부사장 ▦ 2003년 삼성SDS 사장 ▦ 2003년 한국e러닝기업연합회 회장 ▦ 2006년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 입력시간 : 2006/06/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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