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줄기세포로 갈라진 여론

정치적 진리와 과학적 진리는 언제나 평행선을 달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촉진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백악관 측은 정치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 과학자들의 ‘과학적 윤리’를 선택하는 대신 미국 국민의 사회적 합의에 입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18일 상원에서도 통과됐었다. 상원은 63대37로 이 법안을 처리했으나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3분의2 찬성에는 4표가 모자랐다.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공’은 다시 의회로 넘어갔다. ‘공’을 넘겨받은 상ㆍ하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안을 되살릴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재의결을 위해서는 상원에서는 기존 찬성표에 4표가 더 필요하고 하원에서는 50표가량이 추가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법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만약 이법이 통과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고의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에 세금을 지불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간 배아는 존엄성을 가진 인간 생명체이지 결코 잉여 부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1년 연방 자금을 쓸 수 있는 연구 범위를 이미 확보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로만 제한했다. 줄기세포 생성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간에 우리는 그가 미국 국민 대다수의 민심을 반영했다고 본다. 미국인들은 그동안 가져왔던 인간이 존엄성에 대한 믿음이 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결국 미국은 의학 분야에서도 세계 선두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 남은 보루와 같은 윤리적 믿음을 지킬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윤리’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미국 내 여론은 둘로 갈라졌다. 그래도 대통령의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