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국제통화 위상 굳혀 亞경제패권 노려

달러 폭락에 따른 대폭적인 자산 손실 미리 막고<br>달러 대체할 기축통화 반열 올라서기 야심도 깔려<br>亞서 영향력 큰 日가세땐 통화전쟁 불가피할 듯




중국이 홍콩과 대만ㆍ마카오 등 중화권을 ‘위안화 블록’으로 묶으려는 것은 지금이야말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 패권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아울러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외부에 과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달러화 위축에 따른 대체 통화로서의 역할을 이 지역에서 미리 확보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미 달러화의 지나친 가치 폭락으로 인한 자국 달러표시 자산의 대폭적인 손실을 미리 막아내려는 중국의 경제적 방어 심리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강력한 통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이 중국의 이 같은 구상에 제동을 걸 경우 미국-일본-중국 간 ‘통화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안화 국제화 절호의 기회”=중국 관변 연구소인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장밍(張明) 박사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번 금융위기는 중국에 기회이며 가장 큰 기회는 위안화의 국제화”라면서 “위안화를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화폐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학자들만의 탁상공론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위안화를 기축통화 반열에 올리기 위한 야심찬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도 지난 16일 홍콩에서 열린 금융안정포럼에서 “위안화 사용범위와 화폐교환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지도부가 결심만 하면 이른 시일 안에 홍콩에서 위안화 사용범위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국무원은 최근 ‘당면한 금융촉진과 경제발전에 관한 약간의 의견’이라는 문건을 통해 홍콩 등 주변과의 무역거래에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계획대로라면 홍콩은 전세계 위안화 자금이 모여들고 빠져나가는 역외 운영기지가 되고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마음 놓고 위안화로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돼 홍콩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붕괴’ 시나리오 대비=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은 미국 달러화 가치 급락으로 초래될 자국의 손실을 막으려는 방어심리도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바수쑹(巴曙松) 중국 국무원 금융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은 달러화를 마구 찍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어 앞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위험성이 높다”면서 “이는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야 하는 절박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측의 잇단 미국 국채 매입 중단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7일 사설에서 “중국이 미국 국채 매입을 늘리고 있다고 해서 미국이 다른 나라의 돈을 빌려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신경보(新京報)는 “세계 각국의 미국 국채 보유구조를 보면 단기채권 투자는 늘리지만 장기채권 투자는 줄이는 쪽으로 이미 변화가 생겼다”고 보도했으며 상하이증권보(上海證券報)는 “내년 상반기 중국의 외화보유액 증가율이 줄어들면서 금융기관들이 매입하는 미국 국채 규모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경제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팔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학 중국은행업연구센터 주임은 “내년에 출범하는 미국 새 행정부의 경제개혁이 미진하면 중국은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가 현실화되면 미 국채 6,529억달러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보유국 중국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국제화’는 아직 요원=위안화의 국제화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말레이시아는 2005년 달러화 페그제를 폐기하고 통화바스켓 환율변동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 외환보유액의 하나로 위안화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필리핀은 2006년 대통령 명령에 따라 중앙은행에 위안화를 외환보유액으로 비축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진정한 기축통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13억 인구라는 광대한 시장과 안정적인 정권, 강력한 군사역량을 갖고 있지만 중국 자본시장은 깊이나 넓이가 없으며 채권시장이 낙후하고 자본항목이나 외환시장 개방도 불완전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대응도 주목된다. 이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결제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이 중국의 이 같은 시도를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도 일본과 중국의 자국 통화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묘한 힘겨루기 속에서 급진전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 주변국들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큰 걸음을 뗐다”면서 “하지만 미국 달러화 대신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하려는 일본, 유럽 등 경제 강국 간의 힘겨루기 속에서 중국이 최종 승리자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