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일본발 태풍에 대비하라

아베노믹스는 위험한 발상… 세계 금융 대혼란 초래할 것<br>한국 성장정체로 활력 저하… 경제 근본 튼튼하게 다져야


21세기 들면서 선진국들이 주로 세계 경제 파란의 진원지였다. 2001년의 세계 경제 침체는 미국에 대한 9ㆍ11테러에서 시작됐고 2008년 세계 경제의 파국은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가 그 발단이었다. 연이은 2010년의 침체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취약한 남부 유럽 국가의 재정 상태가 원인을 제공했다. 지금 또 하나의 태풍이 가까운 일본해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자칫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대형 태풍이 될 수도 있어 걱정이다.

일본 경제는 199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2년 일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9%에 불과하며 경제는 깊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었다. 경기를 살리려는 백약이 무효였다. 이때 아베 신조 총리가 '아베노믹스'라는 극약 처방을 들고 나왔다. 현재 135조 엔에 달하는 본원통화를 2014년까지 270조엔으로 2배 가까이 늘이는 양적완화 정책이다. 현재 마이너스 상태인 물가를 자극해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고 가계 소비를 유도하고 기업투자를 확대해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전략이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려는 처방은 처음부터 위험천만한 발상이었다.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임시 처방이고 불쏘시게 역할이어야 한다. 일본처럼 20년 넘은 고질병에 대한 처방은 아니다. 마치 번개탄으로 방 덥히려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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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는 처음부터 우리의 걱정거리였다. 잘돼도 걱정이요 잘못되면 더 큰 걱정이었다. 환율 절하를 통한 수출 시장의 경쟁력 제고는 필연적으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 경쟁국의 피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걱정이요, 만약 실패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래도 시작은 순조로웠다. 정부가 돈을 풀기 시작하면서 엔화가치가 하락해 불과 4개월 사이에 20% 가까이 절하했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며 기업에 활기를 줬다. 덕분에 주가가 짧은 기간에 4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문제는 채권시장에서 발생했다. 처음엔 예상대로 통화 공급을 늘리면서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에 0.784%에 달하던 10년물 국채금리가 불과 3개월 만인 4월4일에 0.442%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시나리오는 여기까지였다. 그 후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이전보다 더 높은 0.869%에까지 이르렀다. 예상보다 빠른 금리의 상승은 양적완화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과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 때문이다. 또한 주가가 급등하자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채권가격의 하락, 즉 채권금리를 높인 게 원인이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정책의 부작용이 가시화되기 전에 경제가 선순환구조로 전환되는 데 있다. 만약 실물경기가 살아나기 전에 금리가 먼저 올라버리면 아베의 작전은 처음부터 어긋난다. 그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는 이미 국가 1년 예산의 23%에 달하는데 이자가 더 늘어나면 재정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국채 평가손도 큰 문제이다. 국채금리가 0.5%포인트만 올라도 3조엔 이상의 손해가 나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위협받는다. 일본 경제는 세계 경제의 4%나 차지하는 큰 경제다. 아베노믹스가 잘못되면 세계 경제는 다시 태풍의 소용돌이에 들게 된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태풍을 견딜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2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2%대를 맴돌고 인구구조는 악화되고 가계부채는 높고, 기업 의욕은 떨어지는 등 예전의 활발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장경제의 바탕 위에 경제의 근본을 튼튼히 하는 일이다. 닥쳐올 태풍에 견딜 힘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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