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수수료 현실화 가시밭길

연봉체계 개선·적자점포 폐쇄 등<br>자구노력으로 반대여론 잠재우고<br>투자일임업 등 수익원 발굴 필요


금융당국이 은행 수수료 현실화 카드를 꺼냈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크게 세 가지 난관이 버티고 있다. 우선은 고객의 반발이다. 무료로 이용했던 서비스에 수수료를 떼어가려는 시도는 지금껏 거의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대선공약에 금융수수료 인하가 등장할 만큼 전체적인 여론은 수수료 인하로 넘어온 상태다. 내심 인상을 바라는 은행 역시 스스로 수수료를 올리지 않는다. 이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서비스를 남발해왔기 때문에 당국이 총대를 메주기 바란다. 그러나 당국 역시 후속 조치까지 끌어낼 의지는 미약해 보인다.

◇후진적 금융 의식=금융 서비스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개념은 국내에서 약한 편이다. 2002년 SC제일은행이 잔액이 일정 이하인 경우 계좌유지 수수료를 매달 2,000원씩 거뒀을 때 고객이 대거 반발한 게 그 사례다. 당시 고객 사이에서는 계좌를 비웠다가 월급을 받아 넣었더니 알리지 않고 밀린 수수료를 떼어갔다는 비난이 폭주했다. 금융 컨설팅 업체의 한 대표는 "국내는 아무리 큰 회사도 금융컨설팅에 대해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주로 외국계 최고경영자(CEO)를 고객으로 고액의 자문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에 대한 인식에서는 다를 바 없다. 제대로 된 원가 산정 없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수수료는 경쟁 은행의 수수료가 책정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은행은 당국이 강제로 수수료를 올리도록 압박하기를 바라는 눈치지만 당국은 은행이 한꺼번에 수수료를 올리면 자칫 담합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노력=고객은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이 자구 노력 없이 수수료를 인상해 순이익을 높이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은행 임직원의 고액 연봉 체계를 개선하고 적자 점포의 폐쇄를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소속 대형 은행의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에 가깝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얻으면서 연봉은 외국 투자은행(IB) 수준으로 받는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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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인터넷뱅킹 발달로 창구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고비용ㆍ비효율로 운영되는 지점이 늘지만 폐쇄는 드물다.

◇당국의 의지=수수료 중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투자일임업이다. 고액 자산가의 투자를 맡아주고 성과에 따라 수익을 얻는 것이다. 현재 은행법은 투자자문업까지 허용하고 투자일임업은 금지하고 있다. 그나마 투자자문업에 등록한 곳은 SC은행 한 곳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이 외국보다 낮은 이유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권별로 칸막이가 높기 때문"이라면서 "다양한 겸영 업무를 통해 신규 수수료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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