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분양권 처분금지 가처분' 투기수단으로 악용

법원, 알면서도 속수무책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지난 2005년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은평지구의 원주민 이주대책용 아파트 입주권 12개를 불법 취득했다. 김씨는 취득한 입주권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분양권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 과정에서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조사 결과 김씨는 본인 명의(4개) 외에 소득이 없는 부인(6개)과 자녀(2개) 명의로 취득, 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분양권 매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분양권처분금지 가처분제도’를 분양권 불법거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국세청은 31일 분양권 불법거래자 7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아파트 분양권처분금지 가처분’ 수법을 이용한 신종 분양권 불법전매 행태를 공개했다. 아파트 분양권처분금지 가처분제도란 전매가 금지된 분양권을 불법으로 매입한 사람이 분양권을 매도한 원소유자를 상대로 분양권을 제3자에게 매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법을 활용해 자신의 분양권 불법매입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두는 것을 말한다. 특히 분양권처분금지 가처분은 불법거래임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서ㆍ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첨부하면 돼 법원도 속수무책이다. 불법전매 조사권한이 없는 법원으로서는 분양권 불법매입자가 가처분 신청을 내더라도 거의 예외 없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개포동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이모(59)씨는 2004년 7월 마포 상암지구의 원주민에게 주어진 아파트 입주권을 불법으로 취득하고 관할 법원에 ‘분양권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올 1월까지 강서 발산, 송파 장지지구의 분양권 4개를 소득이 없는 부인과 아들 명의로 불법 매집해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 같은 행위가 은평 뉴타운, 판교뿐 아니라 인천 검단과 파주 운정 등 신도시 건설 예정지역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조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주요 감시 대상은 ▦‘다운계약서’ 작성 등 실거래가 허위신고 ▦가등기ㆍ근저당설정 등을 이용한 변칙거래 ▦분양권 변칙ㆍ불법 거래 ▦타인 명의의 위장취득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 보유자 ▦부동산 매집 등 투기조장 행위 등이다. 국세청은 필요할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세액을 추징하고 위법자는 관계기관에 통보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국세청은 사전조사를 통해 ▦은평 뉴타운 70명 ▦마포 상암지구 189명 ▦송파 장지지구 121명 ▦강서 발산지구 81명 등 분양권 불법거래 혐의자 655명을 적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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