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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데일리 버글 신문사. 성질 못되기로 유명한 편집국장은 침을 튀겨가며 프리랜서 사진 기자를 호통친다. “스파이더맨 때문에 뉴욕 전체가 술렁거리는데 왜 사진이 없어? 사진 없이 신문 만드나? 1면에 나갈 특종 사진을 찍어오란 말야!” 일본 오사카 소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niversal Studios Japan)에 있는 놀이기구 ‘스파이더맨 라이드’는 이런 설정으로 시작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는 프리랜서 사진기자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하지만 이곳의 설정은 좀 다르다. 관객이 직접 사진기자가 돼서 편집국장의 호통을 들은 뒤 비행체를 타고 취재를 나가 스파이더맨을 만나는 설정이다. 취재는 쉽지 않다. 비행체를 타고 특종을 잡기 위해 아찔하게 뉴욕의 빌딩숲 속을 날아다니다 악당의 폭탄 공격을 거듭 받는다. 결국 고공에서 추락해 땅에 떨어지기 직전, 스파이더맨이 쏘아 준 거미줄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휴~. 놀이기구는 멈췄지만 등에선 식은 땀이 나고 여기 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들린다.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3차원 입체 영화를 보며 영화 속을 여행하는 이런 식의 놀이기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상징하는 시설들이다. 덜컹거리는 의자에 앉아 있으면 실제로 비행체를 타고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고 3차원 입체영화를 통해 악당이 눈앞까지 다가와 음흉한 웃음을 웃는다. 한마디로 대단히 실감나게 만든 최첨단 놀이기구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올랜도, 일본 오사카에 있는데 세 곳 모두 단순한 놀이공원을 넘어 도시의 랜드마크로도 기능 한다. 수많은 관광객이 1년 내내 몰리는 것은 물론이다. 앞서 설명한 ‘스파이더맨 라이드’는 오사카와 올랜도에 만 있고 LA에는 없는 시설. 일본에서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놀이기구일 뿐만 아니라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주로 가 본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은 도쿄 디즈니랜드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놀이공원으로 연간 800만 명이 다녀간다.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등 간사이 지방 여행자들이 꼭 들르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도 무려 12만 명(USJ 집계)이나 다녀갔다. 이는 USJ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대만(17만 명) 홍콩(13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인 관광객 중 80%가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FIT) 형식으로 이곳을 다녀갔다는 점이다. 가이드를 따라 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찾아간 여행객이 80%가 넘는 해외 여행지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USJ는 LA 소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더 그럴듯하다. 할리우드,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거리를 그대로 재현했고, 건물들은 모두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것 그대로 만들었다. 또한 영화 ‘주라기 공원’ ‘조스’ ‘워터월드’ 등의 무대를 재현해 놀이 시설로 꾸몄고 만화영화 ‘스누피’ ‘딱따구리’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갖가지 거리 공연단이 공원 곳곳에 배치돼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이번에는 ‘스파이더맨 라이드’와 함께 USJ에서 인기 있는 놀이기구로 꼽히는 ‘조스’ 놀이기구를 타봤다. 이 기구는 실내에서 3D 입체영화를 보며 즐기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보트를 타고 영화 ‘조스’의 배경을 그대로 본떠 만든 세트를 돈다. 보트를 타는 중간중간 조스가 나타나다가 결국 전기가 감전돼 죽는 모습까지 보는 프로그램이다. 물에서 상어 머리가 갑자기 튀어 올라올 때는 ‘장난’이라는 걸 아는데도 은근히 섬짓하다. USJ는 올 봄 개장 5주년을 맞아 피터팬 쇼를 새로 오픈한 데 이어 최근 ‘랜드오브오즈’라는 시설을 새로 열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인 ‘오즈의 마법사’를 테마로 꾸민 놀이 공간. 오픈 기념 기자회견에 수백 개 미디어가 취재를 나올 정도로 일본서는 대단한 화젯거리다. ‘랜드오브오즈’에서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두 마녀의 얘기를 다룬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공연도 열린다. ■여행정보
▦가는 길=인천공항에서 일본 간사이 공항행 항공편을 이용. 간사이 공항에서는 유니버설 시티 방면 리무진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소요 시간은 1시간 20분이며, 요금 1,300엔. 공항에서 지하철(JR)을 타도 공원 입구까지 바로 연결되므로 접근성은 꽤 좋은 편이다. ▦숙박=공원 주변에 게이한, 긴테쓰, 유니버설 포트 호텔 등 공식 호텔이 있으며 숙박요금은 일반실 기준으로 평균 1만 5,000엔 선. 좀 더 고급 호텔을 원할 경우는 인근 하얏트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배를 타고 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숙박요금은 호텔 보다 약간 비싼 2만 5,000엔 선. ▦먹거리=공원 내에 식당이 꽤 있다. ‘밀 패스’라는 쿠폰(어른 2480엔, 어린이 1480엔)을 끊으면 공원 내에서 무제한으로 식사할 수 있다. 공원 외곽에는 유니버설 시티 워크라는 상가 타운에 식당이 밀집돼 있는데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호텔 식당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뷔페를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