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규제예산/장영철 국회의원·신한국(로터리)

오는 9월10일 예산국회라고 하는 정기국회가 열린다. 올해 예산심의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선심성 예산이니, 졸속심의니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심성 예산이니, 졸속심의니 하는 용어들은 결국 예산심의의 지나친 정치사경화를 걱정하는 소리다.국회란 본질적으로 정치인들이 모인 곳이라 국회에서의 예산심의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태생적 한계일 것이다. 다만 정치적 예산심의가 국가예산의 본래 기능을 간과했을 때가 문제인 것이다. 예산이란 국가통치행위의 양대 축이다. 국가의 통치행위는 법과 예산이라는 두가지 수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법과 예산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 법 없는 예산, 예산없는 법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예산심의란 단순히 국가의 재정수지에 대한 심의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포함한 국가의 통치행위 전반에 대한 포괄적 심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우리사회의 가장 큰 관심과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문제가 「규제개혁」이다. 새정부가 출범한지 4년이 지나는 동안 눈만 뜨면 규제완화, 규제철폐를 외쳐왔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 대다수, 심지어 정부관료들 조차도 여전히 규제개혁이 미흡하다고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외국 연구기관의 발표에도 여전히 규제가 심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국민 모두가 원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규제야말로 정부가 가장 돈을 안 쓰면서 정책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균형재정이나 긴축재정의 압력을 받는 정부의 경우 더욱 유혹받기 쉬운 정책수단이 바로 규제다. 토머스 홉킨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규제로 개인과 기업이 1995년 한해에 부담한 비용이 6천6백80억달러나 되어 같은 해 미국연방정부 지출의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심의에 임해서는 단순히 정부 요구액의 몇 %를 삭감했다는 식의 정치적 성과보다는 예산심의의 포괄적 기능을 인지하여 정부 규제에 대한 유혹을 효율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바람직한 국회의 모습일 것이다. 특히 내년은 긴축예산이 불가피하다는 경제논리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논리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며, 긴축예산에 따른 규제량산, 혹은 규제개혁에 역행할 개연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만큼 그 균형점을 발견하는데 예산심의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예산심의 과정에서 규제신설에 대한 사전점검을 강화하고 규제정책 결정시 「비용·편익분석」결과의 제시를 의무화하여 사후적 규제평가의 기회를 반드시 가지도록 하며 장차 현재의 예산제도와 함께 「규제예산제도」의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장영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