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소비재 업체인 P&G는 최근 2ㆍ4분기의 주당 순이익 규모를 종전 85센트에서 79센트로 낮췄다. P&G는 두 달새 두 차례나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로버트 맥도널드 P&G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이와 관련,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사실상 0%에 달하고 미국과 유럽은 심각한 실업문제를 안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둔화를 실적전망 하향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의 경우 2ㆍ4분기 유럽 수출 물량이 9%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2ㆍ4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의 전년 동기 대비 수익률이 떨어지기는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지난 1ㆍ4분기 6.2% 신장했던 데 비해 급락한 것이다.
또 지난주까지 최근 20일간 어닝 가이던스를 내놓은 미국 기업 가운데 55곳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의 3.1배에 달한다. 특히 이 비율은 지난 8일 동안 연속으로 3배를 웃돌았는데 이는 지난 2008ㆍ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국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있는데다 유로존 위기와 중국의 경기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달러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화는 4월30일 이후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6.5%나 절상됐다.
뉴욕의 투자회사인 솔라리스그룹의 짐 그리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ㆍ4분기 실적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기업을 보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수익악화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업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항공업종의 경우 상반기 중 유가 고공행진과 승객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유럽 항공사가 올해 11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올 상반기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올해 지상직원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승무에 대한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존 슬로사 캐세이 퍼시픽 CEO는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IATA 연례 미팅에서 "모두가 세계 경제 둔화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는 것도 2ㆍ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ㆍ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7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속속 낮추고 있다. 세계 2위의 노트북 생산업체인 대만의 컴팰의 록슈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석 달 전에 비해 하반기 전망이 나빠졌다"며 "유럽 시장은 애당초 성장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시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 CEO들의 유로존 위기 악화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댄 애커슨 GM CEO는 최근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리세션을 겪더라도 미국은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미국과 나머지 세계에 대한 파급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의 지도자들이 지역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의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