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대지진] 가동 중단 원전도 위험… 美 "최악 등급 도달 가능성" 경고

■방사선 공포 확산


수조보관 사용후 연료봉
격납용기에 싸여 있지 않아
온도 상승땐 더 큰 위험 방위성 자위대 헬기 동원
물·붕산 투하 비상조치
일본 동북부 강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하루하루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이어 16일 3호기마저 격납용기(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봉쇄하는 장치)가 손상된데다 가동중단 상태였던 4ㆍ5ㆍ6호기의 안정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당국마저 방사선 수치 급증 등으로 어렵게 이어온 복구작업을 잠정 중단하면서 방사성 물질 대량 유출의 가능성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최악의 상황을 의미하는 가장 높은 사고등급(7등급)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실제로 미국 핵전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15일(현지시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국제원자력사고등급(NIES)으로 6등급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불행히도 최고 수준인 7등급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웹사이트에서 경고했다. 2ㆍ3호기의 격납용기가 손상된 현 상황에서 노심용해(원자로 내부의 원료봉이 고온으로 녹는 현상)는 방사성 물질 유출 재앙을 일으킬 가장 임박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도쿄전력은 16일 "1호기와 2호기의 연료봉이 각각 70%와 33%씩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노심용해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음을 드러냈다. 4ㆍ5ㆍ6호기의 경우 더 큰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ㆍ5ㆍ6기는 11일 강진 당시 시설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사용 후 연료봉을 원자로에서 때어내 수조에서 식혀왔지만 역시 냉각기능 이상으로 현재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앞서 15일 4호기가 폭발한 것도 사용 후 연료봉 과열에 따른 수소발생 때문이다. 특히 수조에 보관된 사용 후 연료봉은 원자로 내 연료봉과 달리 격납용기로 싸여 있지 않기 때문에 만약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면 효과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거의 없다. 도쿄전력은 16일 "4호기가 다시 임계 상태를 맞아 핵분열 연쇄반응이 시작될 가능성이 0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당국은 고육지책으로 해수 공급을 통한 원자로 냉각 등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원전 내 방사선량이 위험 상태까지 치솟자 결국 복구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원자로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운전원도 중앙 제어실에 상주하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며 당국이 현재 속수무책이라고 전했다. 원래 일본 당국은 이날 오전 복구요원들의 피폭 허용한도를 당초 100밀리시버트(m㏜)에서 250m㏜로 올려 한 사람의 1회 작업시간을 15분에서 30분으로 늘리려 했다. 산케이신문은 이에 대해 "그만큼 원전 복구작업이 절박하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은 자위대 헬리콥터를 통해 상공에서 물과 붕산(핵분열 반응을 제어하는 감속재)을 원자로에 직접 투하, 냉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다만 이 방안은 정부 내에서 효율성 여부 및 위험 논란이 있어 아직도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16일에도 바람을 타고 일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후쿠시마 남쪽의 이바라키현에서는 이날 오전 평상시의 300배가량인 시간당 15.8마이크로시버트(μ㏜)의 방사선이 검출됐고 북쪽의 야마가타현에서는 지난 15년래 최고치인 0.114μ㏜ 가 검출됐다. 문부과학성은 이날부터 하루 두 차례씩 모든 현의 방사선 측정치를 공표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