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지역경제 살릴 수 있다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지역도 생명체와 유사하다. 번성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산업화 수준이 낮고 성장속도가 둔화된 낙후지역이 있는가 하면 한때는 번성한 지역이었지만 점차 몰락의 길을 걷는 침체지역도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는 개발도상국의 많은 지역들이 해당되며 후자는 선진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지역이다. 석탄 등 주요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번성했던 지역이 그 자원의 수요 감퇴로 침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요즘 지역경제가 침체돼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역경제에는 지리적 요인, 경제ㆍ구조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그리고 정치ㆍ행정적 요인 등이 작용한다. 최근 우리나라 지역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경제ㆍ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마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자 소망하지만 이를 달성하기란 용이하지 않다. 경제활동이란 동태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이 처한 지리적 조건, 지역 인프라 수준과 산업시설 정도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그러나 경제활성화를 달성한 지역의 경우 이러한 장애요소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한 예가 적지않다. 전남 함평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함평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며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지역이었다. 관광자원도 문화유적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생산공장이 많은 곳도 아니다. 이같이 별볼일 없는 함평은 ‘나비’를 산업화해 큰 성과를 보고 있다. 함평에 생기를 불어넣고 경제활성화를 도모한 것은 지난 99년 1,000만평의 들판에 나비축제를 시도하면서부터다. 이 축제를 통해 지난해는 3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나비축제는 1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구 4만명의 시골 소도읍 수준에서 보면 매우 성공적이다. 나비는 청정지역에만 서식하는 곤충이다. 나비, 즉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심게 됐고 나비 서식이 가능한 야산 철쭉 등 다양한 꽃을 심고 가꿔 아름다운 고장을 만들었다. 생태체험을 축제화하고 나비를 브랜드화한 223개 상품을 개발 판매해 큰 수입을 올리고 있다. 나비를 통한 지역특화산업의 성공적 사례다. 낙후지역 개발이란 첨단 산업시설의 입지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의 ‘꽃의 도시’, 프랑스 ‘와인의 고장’, 이탈리아 ‘물의 도시’, 그리고 영국 ‘책의 마을’ 등은 첨단산업은 아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함평의 나비축제가 세계적인 나비축제산업으로 발전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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