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개인정보유출, 이젠 국회 책임


사석에서 만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인사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을 발목 잡는다'는 게 그들의 하소연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를 경시하는 관료의 태도를 보면 마음은 편치 않다. 그들이 정치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관료 특유의 우월감이 녹아 있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관료가 국회의원을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회 정무위는 14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법과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위한 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지만 지난 11일에 이어 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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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의 이번 파행은 법안 내용과 상관없는 일로 빚어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여야가 충돌한 것이다. 이제는 여야의 당 대 당 싸움으로 번졌으니 당분간 가라앉기 힘들게 됐다. 4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남은 네 번의 소위 중 금융 관련 법안을 논의할 기회는 단 세 번뿐이며 그조차 제때 열릴지 기약할 수 없다.

딱 두 달 전인 2월14일 국회 정무위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이후 금융회사 전반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팔리고 있고 이를 막기 어렵다는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났는데 국회는 오히려 안일해졌다. 소위에서 논의할 정부대책은 비대면 영업을 강력 처벌하고 금융계열사 간 개인정보를 주고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 더욱이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오래다. 정무위의 여야 의원 누구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거나 행진곡 논란과 별개로 회의를 열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국회는 지금까지 정부의 대처가 잘못됐다고 지적해왔다. 있는 대책도 논의하지 않은 국회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앞으로 벌어지는 추가 유출사태에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국민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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