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과목 출제시스템에서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는 주범은 여러 개념을 억지로 끼워 넣은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27일 오후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의 수능 수학과목은 수학 교과서를 따라 단원별 성취 기준에 맞춰 공부한 아이들은 따라갈 수 없다”며 “출제 범위 밖의 개념까지 꼬여 있는 문항 때문에 순수하게 학교 교육에 의지해서만은 풀기가 어렵다”고 이 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개념 별로 성취수준을 측정하는 절대평가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 국가 수준에서 성취 기준과 성취 수준을 만들었지만 정작 수능에서 성취 기준과 성취 수준을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는 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치러진 수능 수학 A형의 30번 문제를 예로 들며 “로그 함수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였지만 로그 함수와는 성격이 다른 부등식, 도형 넓이 등에 대한 개념을 끼워 넣었다”며 “EBS에 소개된 문제풀이만 해도 A4용지 한 장에 가득 차는데 정작 로그 함수에 대한 성취도는 알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나현주 수학사교육포럼 연구원은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최근 사교육 수요가 수학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현재의 수학 과목 출제 방식을 유지한다면 사교육 수요가 수학으로 모이는 풍선효과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수능 수학 절대평가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는 수능 영어과목이 절대평가 전환과 관련 최근 사교육 시장 수요가 수학으로 집중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수학 과목의 절대평가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실제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4∼21일 시민 83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는 수학이나 국어 등 다른 영역으로 사교육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방학 중이었지만 현직 수학교사 30여명이 참석해 수학 평가 방식에 대한 현장의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평가 방식에 대한 찬반 의견 속에서도 공통된 의견은 수능 수학을 학생들이 공교육만으로도 대비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점이었다. 서울 성수고 김성회 수석교사는 “수능 직전에나 진도가 끝나는 단원에서도 수학 개념이 꼬여서 출제되는 현재의 방식이 특목·자사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의 수학 격차를 키운다”며 “절대, 상대 등 평가 방식을 떠나 학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교육과정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