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소중한 돈, 가치있는 기부 되도록 도울 것"

국내 1호 국제공인모금전문가 김현수씨


우리나라에도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ㆍ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가 탄생했다.

8일 KAIST에 따르면 발전재단에서 모금기획을 담당하는 김현수(37ㆍ사진)씨가 지난 5일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부를 둔 국제공인모금전문가위원회(비영리재단)로부터 'CFRE 인터내셔널' 합격통지서를 e메일로 받았다. 홍콩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 여러 명의 합격자가 배출됐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김씨가 최초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위원회는 CFRE 인증서를 발급하고 모금전문가 교육을 시행한다. CFRE는 세계적으로 5,322명(미국 4,422명, 캐나다 730명, 호주 82명, 영국 25명 등)이 있으며 대학ㆍ병원 등 비영리단체의 모금 및 컨설팅 분야에서 활동한다.


김씨는 CFRE 시험에 도전한 배경에 대해 "갖은 고생과 노력을 통해 얻은 소중한 돈을 기부하시려는 분들에게 가치 있는 곳에 제대로 기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전문성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뒤 "CFRE가 되고 나니 자부심과 더불어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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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RE가 되려면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김씨는 8월24일 괌에서 필기시험을 봤고 최근 합격(800점 만점에 500점 이상 획득) 통보를 받았다. 연세대 행정학과와 서울대 국제대학원(경제학 석사)을 졸업한 김씨는 2003년 미국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했지만 보수보다는 보람을 좇아 이 길로 들어섰다. 2006년 KAIST 발전재단에 취직해 모금업무를 맡은 후 현재까지 KAIST가 1,8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의 기부금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김씨는 "보통 기부라고 하면 기부금이 들어오는 시점만 생각하지만 기부전문가가 되려면 기부 관련법과 세제, 마케팅ㆍ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과 기부자를 배려하는 겸손한 자세 등을 갖춰야 한다"며 "기부자를 개발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의 좋은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윤리성을 갖춘 모금전문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하버드ㆍMITㆍ스탠퍼드대 등이 놀라운 성과들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막대한 발전기금"이라며 "하버드대가 32조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마련한 것은 600명의 모금전문가들이 분야별로 전문성을 가지고 기부자ㆍ동문들에게 끊임없이 학교 소식을 알려주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동시에 1대1로 만나 기부를 요청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 대학들은 아직도 모금을 전문분야로 보지 않고 담당자를 순환근무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난 7년간 고집스럽게 모금전문가로의 외길을 걸어온 김씨는 "이렇게 되면 낯을 많이 가리는 고액기부자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노하우도 축적이 안 된다"고 꼬집은 뒤 "자산가들이 투자상담을 받듯이 미국에서는 기부할 때도 전문가와 상담한다. 국내에서도 기부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모금전문가는 아직 생소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비영리단체는 모금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대학 등 비영리기구에 모금을 전담하는 디렉터나 부총장이라는 직함이 별도로 있다"며 "기부 요청을 하는 것과 요청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네들의 문화가 부럽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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