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해외 저가수주 등의 여파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의 뱅시와 테크닙, 영국의 페트로팩, 일본의 JGC 등 글로벌 건설업체들은 10%에 가까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글로벌 업체는 한때 주력시장의 침체와 업체 간 경쟁심화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신속하게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한 성장전략을 수립한 덕분에 높은 경영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위기에 처한 국내 건설업계 역시 해외 선진 기업의 위기 극복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업체들의 성장전략 변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운영사업 및 밸류체인 사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였다.
프랑스의 뱅시는 1990년대 들어 자국 건설시장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고속도로·주차장·공항·철도 등의 운영사업에 진출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성장시장의 현지 건설업체를 인수합병(M&A)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진 것도 특징이다. 독일의 호흐티에프는 미국의 터너와 호주의 레이튼 인수를 통해 내수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고 해외 매출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사업에 특화해 진입장벽을 구축하며 시장을 선점한 것 역시 선진 건설업체들의 전략이다. 이탈리아의 사이펨과 프랑스의 테크닙은 해양플랜트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M&A를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을 양분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김희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건설시장의 둔화로 국내 건설업체의 과거 성장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건설업체별 강점과 보유 자원에 적합한 사업모델 및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M&A를 고려하는 한편 중국·인도 등 신흥 건설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건설업계는 그간 중동·플랜트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과 사업분야를 적극 개척하며 지속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칠레에서 브라질 건설업체와 공동으로 6억4,800만달러 규모의 차카오 교량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이 중남미를 새로운 전략시장으로 공략하는 가운데 나온 의미 있는 성과다. 현대건설은 6월 베네수엘라에서 48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정유공장 확장 공사를 따내는 성과도 거뒀다.
삼성물산은 민자발전(IPP)과 자원개발 등 신사업 개척에 집중해 지난해 6조5,000억원 규모의 호주 철광석 광산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민자발전과 라빅2 민자발전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해외시장 다변화를 위해 성장성이 높은 아프리카 시장에 한발 앞서 뛰어들었다. 그 결과 국내 건설사 아프리카 수주액의 3분의 1을 대우건설이 차지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경우 에너지 발전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민자발전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중견기업들은 세월호 여파에 따른 내수 침체 지속과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가며 미래를 향해 뛰고 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술 우위 확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한 제품 개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 신시장 개척 등에 총력을 기울이며 위기 극복에 나서는 것.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생산 현장에서 그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안전 경영을 기업 윤리의 기본축으로 삼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S그룹을 진두지휘하는 구자열 회장은 올해 폭넓은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구 회장은 "기존의 국내 사업 중심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해외 법인의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구 회장은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유럽·중앙아시아 등의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세계 각국의 주요 재계 인사들과 만나 사업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독일·브라질·칠레·미국 등 산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한 한샘은 가구 제조 회사에서 유통 전문 회사로 거듭났으며 매 순간 성장동력을 끊임 없이 혁신하면서 '연 매출 10조 기업'이란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솔제지는 국내 제지업체 중 유일하게 인쇄용지·산업용지·특수지로 구성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외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전략으로 제지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