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J, 대한통운 품다] 삼성·CJ 갈등 봉합될까

양측 긴급 진화… 앙금 해소 될지는 미지수<br>CJ, 불쾌한 감정 여전하고<br>삼성, 희생양 선택 쉽잖아<br>상당기간 지속 가능성도

삼성과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양측 간 집안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초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화해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양측의 갈등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삼성은 28일 대한통운 인수전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설이 '오해'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 컨소시엄에 계열사인 삼성SDS가 지분 참여한 것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SDS가 작은 지분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이미 대한통운의 물류 정보기술(IT) 부문 솔루션인 '첼로'를 개발한 데 따른 비즈니스적 판단"이라며 "그룹이나 미래전략실은 보고 받을 사안도 아니고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수뇌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도 지난 22일 금융계열사 사장단과 저녁을 하는 과정에서 대한통운 인수 건이 화제가 돼 삼성증권이 CJ 측 주관사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으로부터 처음으로 전해 들었다"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삼성SDS의 지분 참여는 자체 판단에 따라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아울러 이번 사안이 집안 싸움으로 비유되는 것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전화하거나 만난 적이 전혀 없고 이 사장도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지분 참여와 관련해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CJ그룹도 이날 대한통운 인수과정에서 CJ의 입 역할을 했던 신동휘 부사장(홍보실장)을 전격 경질하며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신 부사장은 1987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20년 이상 홍보실에서 근무해온 CJ그룹의 대표적인 홍보 전문가다. 그래서 그의 경질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신 부사장을 교체한 이면에는 삼성과 CJ그룹 간 갈등에 대처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삼성 오너 일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등 집안 싸움을 부추긴 것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그룹 차원의 관여는 없었다"고 말하고 그 뒤 CJ그룹이 집안 싸움 비화를 이유로 홍보 고위 임원을 교체한 것은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양측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과 CJ그룹 간의 앙금이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CJ그룹은 집안 싸움과 별개로 삼성증권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나타내고 있다. 삼성도 CJ그룹이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CJ가 만족하려면 이번 인수에 관련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경질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화해 대상으로 희생양이 필요한데 대상이 너무 고위층이라는 점이 부담인 셈이다. 아울러 범삼성가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양 그룹이 이번 일을 계기로 겉으로는 화해해도 속으로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출발은 작은 앙금에서 시작된다"며 "다른 그룹 사례를 볼 때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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