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슬로바키아 의회, EFSF 법안 부결(종합)

인구 550만명에 불과한 유럽의 소국 슬로바키아가 69억 인구의 글로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 넣었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11일 4,400억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화기금(EFSF) 증액안을 끝내 부결시켰다. EFSF 법안은 승인에 필요한 과반(76석)의 찬성표에 21표가 부족한 55표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 내 제2당인 ‘자유와연대(SaS)’가 법안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증액안은 유럽의 재정위기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7월 마련된 것으로 이 자금을 통해 역내 국가들의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방안 등을 담고 있어 유로존 위기 해법의 핵심으로 꼽혔다. 하지만 유로존 17개국 중 16개 나라가 이미 비준한 증액안을 슬로바키아 의회가 무효화하면서 유럽 경제 앞날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AP는 “위기 타개를 위한 유럽 국가들의 노력이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베타 라디코바 총리가 정부신임과 연계한 이번 법안 표결이 부결됨에 따라 현 내각은 실각하게 됐다. 다만 이날 표결은 재투표가 조만간 실시되고, 69석인 제1야당 스메르의 지지를 얻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시됐다. 라디코바 총리는 이날 표결에 앞서 “내 희망은 오늘 표결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재투표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메르 당수인 로베르토 피초 전 총리는 현 연정이 좌초한 뒤 치러지는 재투표에서는 EFSF 법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디코바 총리의 슬로박민주기독연맹(SDKU) 소속 이반 미클로스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발언을 통해 “EFSF가 이번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실각한 라디코바 총리가 스메르와 새 정부 구성, EFSF 법안 지지를 놓고 모종의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이베타 라디코바 슬로바키아 총리와 제1야당인 스메르의 로베르토 피초 당수가 EFSF 법안의 조속한 의회 승인을 위해 대화하기로 했다. 두 정당 지도자들은 EFSF 법안 표결이 부결된 직후 이같이 합의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 재투표를 통한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EFSF 재원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인 유럽 은행 자본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막기 위해 1,09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그리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차 구제금융 자금 일부가 EFSF 재정으로 충당되는 점을 감안하면 원하는 규모의 지원을 제때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역내 은행들의 막대한 손실도 불가피하다. 이미 프랑스와 벨기에의 합작은행인 덱시아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은행이 파산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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