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다시 위기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잇따르며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양호한 신흥국들은 해외자금 유입이 과도하게 늘어나며 자산 버블 및 물가상승 국면에 직면해 있고 선진국들은 4년째 지속되는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경기판단 지표 중 하나인 타이거지수(Tracking Indexes for the Global Economic Recovery)를 공개하며 "전세계 경제가 여전히 급격히 주저앉을 위험도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10년 신흥국과 선진국에서 각각 20 및 10을 상회하던 타이거지수 평균이 올 들어 0~5 수준까지 하락하며 개선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수가 -20까지 내려갔던 금융위기 초반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지만 2011년 중반 이후 사실상 제로 수준의 정체 국면이어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타이거지수는 실물경제의 움직임과 금융ㆍ신뢰지표 등을 종합 평가, 경기회복의 강도와 방향성 등을 축약해 보여주는 성장지표로 브루킹스연구소와 FT가 공동 산정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정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가장 좋은 해석이라면 몇몇 주요국의 경제활력 속도가 겨우 바닥을 면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지수에 따르면 유로존은 위기국의 경제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성장동력의 부재로 여전히 지지부진한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과도한 외자유입으로 긴축정책이 불가피한데다 이들 해외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지난해에 이어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평가됐다. 중남미 지역도 '소프트 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적 둔화)'가 완연한 수준이어서 회복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지수의 부진은 이번주 워싱턴에서 열릴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봄철 연차총회의 논의 주제가 '성장 저하'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전세계 각 권역의 서로 다른 성장세가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IMF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초안을 사전 입수해 올해 세계 경제 및 미국의 성장률이 각각 3.4%와 1.7%에 그치며 연초의 종전 전망에 비해 낮아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고용 및 임금지표도 미약한 회복세에 그치며 시장의 신뢰를 점차 잃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발효로 미국의 재정지출 감소가 현실화됨에 따라 소비둔화와 고용약세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올 들어 물가연동채권(TIPS) 투자가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3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상승 기대감이 줄고 있음을 반영했다.
미국은 2008년 이후 금융시장에 2조3,00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현금을 투입, 화폐가치 하락(물가상승)에 따른 경기회복을 유도해왔지만 시장은 '그 이상의' 완화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양적완화에 나서며 약속했던 인플레이션이 4년째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실망감이 점층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선진국 중 전망이 가장 양호한 미국도 경기위축 우려를 키울 수 있는 단기 재정적자 감축에만 치중하고 중장기 채무 삭감은 외면하고 있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불안정한 경기전망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경제여건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