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11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WTO는 이날 회원국들에게 공개한 분쟁패널 최종보고서에서 “미국은 철강 수입 증가와 자국산업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으며 판재류ㆍ석도강판 등 철강 수입이 감소하는 추세였는데도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WTO는 또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의 수입을 세이프가드 조사 대상에 포함하고도 조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WTO 세이프가드 협정의 비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WTO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 제소국의 핵심 제소사유를 대부분 인정해 미국에 대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WTO 협정에 합치시킬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판정에 불복해 상소할 경우 WTO 상소기구에 회부돼 2~3개월 뒤 최종결정이 내려진다. 최종 위배 결정이 나오면 미국은 해당 조치를 판정에 맞게 변경하거나 철회해야 한다. 미국은 8월말께 상소할 것으로 보여 WTO의 최종판정은 11월께 내려질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종판정이 내려지더라도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인 만큼 당사국간 이행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실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판재류 등 14개 수입철강 제품에 대해 향후 3년간 8~30%의 추가 관세를 매기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표했으며, 이에 대응해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미국을 WTO에 공동 제소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로 지난 해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은 159만2,000톤으로 2001년보다 26.4% 감소했으며 수출금액도 6억6,700만 달러로 전년 보다 26.2% 감소했다. 또 올들어 5월까지의 수출도 50만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가량 줄어들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