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적자가구 늘고, 빈부차 벌어지고

엊그제 발표된 통계청의 ‘1ㆍ4분기 가계수지동향’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취약계층 보호정책의 방향과 과제 보고서’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어려워졌고 또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빈부의 격차는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면 사회불안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및 도시가구의 1ㆍ4분기 중 지출증가율이 실질소득 증가율을 훨씬 웃돌았고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가 10가구 가운데 3가구 꼴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와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격차는 7.75배 였고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격차는 5.70배로 같은 기간 기준으로는 4년여 만에 가장 컸다. 또 KDI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소득불균형을 측정하는 지니계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2000년 현재 399만명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자신은 물론 자녀 세대들도 가난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서민들의 생활이 더 힘들어진 가운데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빈곤의 대물림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극단적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사회와 경제구조를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 경제정책 운용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조그만 충격에도 사회와 경제는 심하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지만 빈부격차를 최대한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빈부격차 해소의 최선의 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없는 사람이 가장 먼저 크게 고통을 받는다. 이런 사실은 적자가구가 저소득층에 많다는 통계청 자료와 지니계수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 벌어졌다는 KDI보고서에서도 뒷받침된다. 경기가 좋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어나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혜택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저소득층이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 교육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교육분야에서의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덧붙여 가진 사람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가 요구된다. 강요된 부의 분배가 아닌 기부문화가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의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가진자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