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시 뒤로 가는 규제개혁

규제개혁이 정권말기에 접어들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 경제관련 규제 등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의 총규제 건수가 지난 98년 8월 1만717건에서 2000년 말 7043건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늘기 시작하여 지금은7387건이 됐다. 경제관련 규제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가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규제총량제도 각 부처의 이기주의와 뿌리 깊은 민간불신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한결같이 내걸었던 작은 정부실현이나 규제개혁이 또다시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많은 각종 위원회 중 가장 활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규제개혁위원회다. 활동이 왕성했던 만큼 한때 규제완화나 폐지 등의 개혁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후반으로 접어든 2001년부터 규제완화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규제건수가 경제관련 규제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더 국민의 경제활동이 제약 받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나 국민의 경제활동이 자유스러운 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한다. 이는 각종 경제활동의 모든 것이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나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정부의 간섭이 적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공무원의 밥그릇 챙기기와 민간부문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부의 간섭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고, 틈만 나면 늘어났다. 이처럼 정부의 간섭을 받다 보니 민간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증권시장이 불황에 빠지면 스스로 해결하기 보다는 정부의 육성책을 기대하듯 어려운 문제가 부딪치면 정부에 의지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도 각종 규제를 주저 없이 쏟아내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외국기업인들이 "한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규제개혁이 이처럼 질척거리는 것은 정권말기란 점도 있지만 민관합동자문위원회의 형태로 운영된 규제개혁위원회란 기구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과 추진력이 부족한데다 개혁을 뒷받침할 권한도 없었다. 주 5일 근무제 조기실시에 대해 실시시기를 조정하도록 권고했으나 무시된 것이 좋은 예다. 이번 기회에 규제개혁위원회의 개혁을 검토,규제위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규제개혁의 기본원칙은 각종 규제의 철폐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각종 규제가 국민의 삶 및 시장경제를 크게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경제특구를 마련한다고 하면서도 각종 규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규제개혁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기본 토대란 점에서 정권의 임기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정권말기라고 규제개혁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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