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제는 거대과학… 國運 걸고 투자해야

<핵융합·원자력·우주개발 등><br>일부 기술 선진국 수준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br>R&D예산 부족 걸림돌 끈기 갖고 적극 지원을


"지금 우리는'스푸트니크 순간'에 직면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정연설에서 심각한 얼굴로 미국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스푸트니크는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이다. 1940년대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등 최강의 과학기술을 자부하던 미국인에게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은 충격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 정부는 이후 항공우주국(NASA)을 만드는 등 우주항공에 예산을 집중한 결과 1969년 아폴로11호를 달에 착륙시키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스푸트니크를 다시 상기시킨 것은 미국의 현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소련에서 중국으로 상대방이 바뀌었을 뿐이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에 막대한 돈을 쏟아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스텔스전투기와 핵항공모함도 만들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두 나라는 우주개발과 원자력발전ㆍ핵융합에너지 등'거대과학(big science)' 분야에서도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일 것이다. 많은 투자비용과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한 거대과학은 실패위험이 크지만 성공하면 관련 산업뿐 아니라 자원고갈 및 환경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국운(國運)을 걸고 투자에 나선다. 우리 또한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온 거대과학에 도전장을 내밀고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연구에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과 일원으로 당당하게 참여했다. 우주개발기술은 뒤처져 있지만 우주인 프로젝트와 나로호(KSLV-1) 발사 등을 통해 경험을 축적해가고 있다. 특히 인공위성에서는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력을 확보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에 이어 경주 양성자가속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 중이온가속기 등 거대과학 연구를 위한 기초연구설비 투자도 늘리고 있다. 원자력 도입 50년 만인 2009년 상용 원전과 연구용 원자로를 동시 수출했고 차세대 원자로인'스마트(SMART)' 개발도 목전에 뒀다. 이공래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대과학은 모든 기초과학이 동원되고 기업체의 첨단기술능력도 활용되는 종합과학기술"이라면서 "한국형 표준원자로 수출에서 보듯 기술을 축적하고 응용능력을 갖추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대과학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부족한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정부가 올해 원자력ㆍ우주ㆍ핵융합 등 대형 융복합사업에 투자하는 R&D 예산은 5,486억원. 전체 R&D 예산의 3.5% 수준이다. 우주개발 예산만 놓고 보면 미국의 1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면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성과가 불투명한 거대과학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는 데 대한 저항도 만만찮다. 나로호 발사 실패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 예산이 1,000억원에서 315억원으로 대폭 삭감된 것이 대표적이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거대과학은 무수한 실패과정을 거쳐야 하고 큰 돈이 들어가지만 국가 과학기술 수준 제고는 물론 국위선양 등 무형의 가치가 엄청난 만큼 끈기를 갖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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