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급증하는 분양가 정산 소송

입주를 앞둔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집값 하락에 애를 태우던 계약자들에게 달콤한 제안이 들어왔다. '분양가 정산 소송'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변호사를 연결해준 소송 브로커는 "분양 승인 시점의 도면과 준공된 후의 도면을 비교해 그 차이에 따른 손해를 청구하게 한다"며 "보통 15~20%는 문제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승소를 자신만만했다. 분양가 정산 소송은 시행자의 약속 위반, 부실 이행 및 과대광고 등에 의한 피해에 초점을 맞춰 보상받는 일종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즉 분양가가 적정한지를 따져 시행사나 시공사가 과다하게 챙긴 것을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분양가 정산 소송을 준비하는 단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집값 하락이 이러한 소송이 늘어나게 된 이유다. 소송에서 이겨 손해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은 욕구가 입주민들을 법정으로 향하게 만든 것이다. 브로커들은 분양 계약서상 미 이행 사항, 마감재 차이, 설계 변경, 분양 당시 과장광고, 모델하우스와 실제 현장의 차이점 등을 소송 조건으로 제시하고 지푸라기기라도 싶은 계약자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문제는 이런 소송이 제기된 게 불과 1년 전의 일이고 뚜렷한 판례도 나오지 않아 승소 확률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설령 입주자들이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전문가들은 변호사들의 수임료 및 성공보수를 떼어주고 나면 막상 손에 쥐게 되는 돈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분양가와 관련된 소송이다 보니 책임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흐려진 채 사소한 문제에 대한 꼬투리 잡기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실제 아직 관련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아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공상의 명백한 하자라면 모를까 적정한 분양가가 얼마인지를 산정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는 이미 하자보수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이 정착돼 있다. 시공사들은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입주자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받아주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 분양가 정산과 같은 소송 역시 문제 해결 방식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소송으로 가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수수료를 노리고 달려드는 브로커의 달콤한 언변에 휩쓸려 승산을 점치기 힘든 길고 지리한 법정 싸움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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