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버드대 교수들의 재벌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태런 캐나 교수와 크리시나 패일푸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근호에서 재벌을 해체할 경우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백을 재벌의 역할이 메워왔는데 재벌을 해체하면 혼란이 오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재벌을 부정하면 한국경제가 무너진다는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도성장의 주역인 재벌의 역할을 돌이켜보면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없지않다. 재벌의 견인차 역할이 없었다면 압축성장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도체 컴퓨터 통신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일구는데 재벌체제의 효율성이 한몫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재벌체제의 비효율성은 우리 경제 성장가도의 발목을 잡기에 이르렀다. 문어발확장, 과도한 부채 및 총수의 독단경영 등의 폐해가 한계에 달해 터진 것이 환란(換亂)의 한 요인이었다. 환란의 뼈아픈 교훈과 기존의 재벌체제로는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위에서 강력한 재벌개혁이 진행중이다. 그렇지만 재벌개혁의 속도와 종착역을 둘러싸고는 정부와 재계간의 불신과 대립이 심각하다. 정부는 거듭 재벌해체를 하지않는다고 다짐했지만 재계는 믿으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하버드대 교수들의 재벌해체 시기상조론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않다. 이들이 재벌해체 시기상조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한국의 기존 재벌체제를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뾰족한 대안도 없으면서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의 재벌해체의 위험성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재벌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철저히 이행되어야 하되 국제경쟁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원리의 정상적인 작동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하버드대교수들도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시장원리가 제대로 움직인다면 시장의 힘에 의해 재벌체제는 개선될 수 밖에 없다. 시장은 이미 기업들에 수익성 위주의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가 큰 기업지배구조개선도 시장경쟁을 유도하는 적자생존의 지배구조가 바람직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