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로드맵 해외투자 확대…환율 안정 포석 돈있는 기업·개인 외국부동산등 구입땐국내서 달러매입 늘어 환율하락 방어 기대투자수단으로 원화 차입 규제도 대폭 완화 하이데라바드(인도)=김민열기자 mykim@sed.co.kr '환율 불안을 해소하려면 원화의 국제화가 시급하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0년 이상 각종 규제에 묶여 사장돼 있던 '원화의 국제화'를 강력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달러를 밖으로 돌리는 해외투자 확대만으로는 환율 안정을 꾀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지난달 해외에서의 원화거래 확대를 위해 외국 금융기관과 현지인ㆍ교포 등간에도 원화환전 거래를 허용하는 한편 필리핀ㆍ홍콩ㆍ미국ㆍ프랑스ㆍ뉴질랜드 등 연간 출입국자 수가 많은 국가의 외국 금융기관이나 환전상에게 원화를 공급 또는 수집해주는 거점은행을 마련하기로 했다. 투자수단으로서 원화에 대한 차입규제도 상당 부분 완화한 상태다. 또 올해 초부터 비거주자의 원화 펀딩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뀜에 따라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은행 대출이나 증권 발행시 원화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외국인들의 원화차입은 허용된 반면 원화예금 예치는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처럼 관련 규제를 모두 풀더라도 곧바로 원화의 국제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6년부터 모든 경상거래에서 원화결제가 가능해졌지만 전체 경상거래에서 원화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2%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출입 거래에서 원화가 통용되기 위해서는 바기닝 파워(Bargaining Power)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나아가 국가 경제규모가 더 커져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부총리는 "외국 사람들이 원화로 수출입하는 수요가 적다고 해서 일본처럼 경제력을 키운 뒤에 (국제화)하자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수요가 적을 때 규제개혁을 하는 것이 쉽다"고 강조했다. 원화의 액면단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원화 국제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 부총리는 "과거 터키처럼 미화 1달러당 수백만리라씩 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어도 달러당 900원 수준이면 그렇게 심한 것이 아니다"면서 "원화의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단위 변경)의 실익이 크지 않으며 현 단계에서는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 해외투자 관련 규제도 앞당겨 완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부총리는 "최근 해외부동산 투자가 늘었다고 하는데 1년에 1억달러도 안되는 규모"라며 "실물과 금융 쪽에서 해외진출에 대한 장애를 제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해외투자 활성화 방침과 관련해 금융면에서 비교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물 부문은 더디지만 금융 부문은 지난해 해외투자 등으로 나간 금액이 100억달러 정도였다"며 "해외로 나가는데 장애를 없애면서 금융 쪽에서 비교적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진행된 해외투자 규제 개혁으로 돈 있는 기업이나 사람이 호텔도 사고 골프장도 사고 리조트도 사서 해외투자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개인이 해외투자를 늘리기 위해 국내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자연스럽게 환율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입력시간 : 2006/05/05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