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담배稅와 금연운동

권문용 전국시장·군수·구청장協회장겸 강남구청장

[로터리] 담배稅와 금연운동 권문용 전국시장·군수·구청장協회장겸 강남구청장 권문용 강남구청장 지난 500년 전 중미에 아즈택왕국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산 인간의 심장을 태양신에게 바치는 죽음의 제전이 열렸다. 이때 제물이 되는 사람은 담배를 태우는 연기가 가득한 방에서 환각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 지금 이 담배때문에 암이 유발돼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30명의 아까운 생명이 사라진다. 이쯤되면 담배는 마약이 아니고 사신(死神)이 된다. 이 때문에 강남구청에서는 금연운동, 특히 청소년 금연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쥬얼리(Jewelry)라는 보컬그룹이 앞장섰다. 중ㆍ고등학교를 순회하면서 왜 금연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강연 중에 담배때문에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새까만 폐를 보여주었다. 또 담배 한 개피 분량의 니코틴을 흰 쥐에게 주사하니까 그 자리에서 흰 쥐가 몸을 부르르 떨며 죽는 광경도 보게 했다. 정말 어린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결과 천만다행으로 강남구 고등학생의 흡연율이 18%에서 무려 6%나 떨어져 12%로 줄었다. 지금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금연대회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사례를 보고 칭찬이 자자하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어느 국회의원이 담배 소비세를 서울시 구청의 주요 세목으로 하고 종합토지세를 가져가겠다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성북구청을 비롯한 25개 구청에서 심혈을 기울여 벌이고 있는 금연운동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대신 각 구청은 공무원들을 동원해 담배 판촉을 열심히 벌여야 하는 잔인하고 해괴한 사례가 틀림없이 발생한다. 이것은 부당한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입법 추진이다. 서울시민 누구도 이런 권한을 어느 누구에게도 위임해준 적이 없다. 그런데 정부의 한 부처에서는 지방정부의 주세목이 되는 종합토지세를 이번에는 일부를 떼내어 국세로 가져가겠다는 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것은 동일한 토지에 지방세인 종합토지세가 부과되고 또 국세인 종합부동산세가 각각 이중으로 부과되는 것이다. 그러면 토지초과이득세처럼 2중과세가 돼 위헌판결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의 유일한 주세목인 종합토지세를 어느 국회의원은 내놓으라고 하고 어느 부처는 국세로 떼어가겠다고 한다. 그러니 지자체는 어쩌란 말인가. 제발 국회의원이든 부처든 간에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가만히만 있는 게 자치단체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묻고 싶다. 군대에 가봤으면 부동자세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고 말이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입법을 추진하기 전에 미리 지자체에 알려줘 현장사정을 정확하게 말하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4-09-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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