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싱 "황제는 달라"

마지막날 버디몰이 시즌 첫승 장식

비제이 싱(41ㆍ피지)은 있는 힘껏 드라이버 티 샷을 날렸다. 17일 하와이 와이알레이골프장(파70ㆍ7,060야드)에서 펼쳐진 소니오픈(총상금 480만달러)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파5ㆍ551야드). 이날만 8타를 줄이며 맹렬히 솟구쳐 오른 어니 엘스(36ㆍ남아공)와 10언더파 동타인 채 마지막 홀에 들어 선 싱에게는 최소한 버디가 필요했다. 지난 주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13번홀 티 샷 미스 후 매일 수 백번 연습했다는 드라이버 샷은 볼을 300야드 이상 날려 페어웨이에 떨궜고 이어진 유틸리티 클럽 세컨 샷은 볼을 그린 에지에 멈춰 서게 했다. 이글 펏이 홀을 지나쳤지만 가볍게 버디. ‘세계랭킹 1위’인 싱이 이 대회에서 나흘동안 처음 단독 선두에 나선 순간이었다. 그는 아직 경기를 마치지 않은 마루야마 시게키(36ㆍ일본)나 브레트 퀴글리(36ㆍ미국)와 연장전에 갈 것을 대비, 연습 그린으로 직행했지만 곧 축하 인사를 받으며 돌아왔다. 4타차 공동 6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던 싱은 보기 없이 5언더파 65타를 보태며 합계 11언더파 269타를 기록, 엘스를 1타차로 제치고 트로피를 받았다. 또 우승상금 86만4,000달러를 챙긴 그는 지난 주 우승자인 스튜어트 애플비를 단숨에 제치고 상금랭킹 1위에 올라 3년 연속 상금 왕 기록에 시동을 걸었다. 싱의 이날 우승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싱도 “대회 초반 바람 때문에 고전했지만 밀려나지 않으려고 애썼고 그것이 주효 했다”고 말했다. 전날 16번홀에서 벙커에서 단번에 빠져 나오지 못했던 싱은 이날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데 역점을 두었다. 첫날 29%였던 드라이버 정확도는 79%까지 솟았고 그린 적중률도 89%로 나흘 중 가장 좋았다. 그러나 퍼트는 30개로 나흘 중 가장 나빴다. 특히 단 1타 줄이기가 절박한 16, 17번홀에서는 연달아 버디 퍼트가 홀을 스치듯 지나쳤다. 이 때 흥분했더라면 싱에게 역전승과 시즌 첫 승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퍼터를 내리치기도 했지만 이내 평정을 찾아 파 세이브했던 그는 결국 마지막 홀 버디로 우승의 영광을 찾았다. 싱의 우승에는 마루야마의 부진도 큰 몫을 했다. 지난 83년 이사오 아오키 이후 21년 만에 일본 선수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그는 남들에게는 없는 심리적 부담과 싸우다가 결국 무너졌다. 14번홀에서는 그린 옆 러프에서 두번이나 샷을 한 뒤 4온해 보기를 했고 파3의 17번홀에서는 티 샷을 벙커에 넣었다. 이글을 해야 연장전에 갈 수 있었던 마지막 홀에서 2온하지도 못했고 아오키처럼 3번째 샷을 바로 홀인 시키지도 못했다. 마루야마와 함께 플레이했던 퀴글리도 프로 첫 승에 대한 갈망이 지나친 탓인지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해 ‘경험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겼다. 한편 엘스는 우승을 놓쳤지만 16, 17번홀 버디에 마지막 홀 이글 등 막판 3홀에서만 4타를 줄이는 등 8언더파 62타를 몰아치며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덕분에 이번 대회는 아마추어 위성미 돌풍과 전에 없이 거세게 분 바닷바람에 휘말려 시들해지다가 막판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