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이 사상 3번째 긴급조정 조치라는 정부의 강제개입으로 25일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노동부는 파업 장기화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끼친 피해가 막심한 데다 항공안전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돼 긴급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종사 노조가 당초 예상과 달리 긴급조정 조치를 받아들여 업무에 복귀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와 노동계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노사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극약처방’=아시아나항공 노사는 정부의 긴급조정 발동이 임박해지자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타율에 의한 쟁의해결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사는 이날 수 차례 정회를 거듭하며 교섭을 계속했지만 노조가 사측의 최종 수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정부는 이날 교섭현장에 정병석 노동부 차관과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을 급파, 노사 자율교섭에서 타결토록 마지막까지 설득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노조에 먼저 업무에 복귀한 뒤 교섭을 벌이면 긴급조정을 발동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차례나 긴급조정 발동시간을 연장하면서 자율타결을 독려했지만 노조가 오히려 교섭대상 확대를 요구했다”며 “노조가 차라리 긴급조정을 받고 중앙노동위원회에 가서 조정을 받는 것이 낫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보고 받았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노사 자율 해결의 길을 터주었지만 교섭진행 상황이 도저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강제개입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는 설명이다.
◇사태 해결까지 난제 산더미=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긴급조정 결정 이후 업무에 복귀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파업사태는 일단락되게 됐다. 그러나 노동부의 긴급조정 결정이 노사갈등의 해소가 아닌 단순 봉합에 그칠 뿐이어서 상당기간 여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및 중재 과정에서도 첨예한 노사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긴급조정 발동 이후 노사는 최장 30일간 노사협상을 벌일 시간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날까지 52차례 교섭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아시아나 노사가 이 기간 동안 비행기 상공의 조종석과 지상의 사무실만큼 벌어진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후통첩을 받고 진행된 이날 마지막 협상에서도 노사는 일부 의견접근을 이뤄내는 듯 했지만 결국 더 커진 견해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조종사 노조는 이날 긴급조정 직후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이상 앞으로 사측이 더 나은 안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협상 재개는 무의미할 것으로 본다”고 밝혀 앞으로 조정과정에서도 상당한 난관을 예고했다.
한편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가 긴급조정을 일단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당초 민주노총이 경고했던 연대파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날 긴급조정 발표 직후 일단 정부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아시아나 노조가 “회사와 협상하느니 차라리 긴급조정 이후 중노위 조정을 받는 게 더 낫다”라고 밝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운수연대회의 동조파업으로까지 사태가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