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사이트 개설없인 무한경쟁서 도태/소비자도 제품간 기능비교 최적상품 선택가능『앞으로 5년 내에 세계 교역의 20%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10년 안에 가장 큰 무역부문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재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와 아이러 매거지너 미 클린턴대통령 보좌관이 최근 각각 전망한 내용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지닌 폭발력을 짐작케 한다.
얼핏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으로 상품을 사고 파는 단순과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기존의 경제질서를 재편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전자상거래는 종종 「경제의 원폭」으로 표현된다.
그 징후는 하루가 멀다하고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미클린턴대통령이 제안한 「인터넷 자유무역지대안」, 지난달 중순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총회에서 발의된 인터넷 상거래관련법 재검토 등이 대표적인 예다. 범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가 경제의 새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보다 결정적인 징후는 인터넷 사이트다. 현재 미국에만도 7만개가 넘고 전세계적으로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기업들이 앞으로 인터넷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지 않고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경우 사업의 무게중심을 점차 전자상거래 쪽으로 옮기고 있다. 이 회사가 매장에 진열해놓은 상품수는 1만7천여종. 그러나 인터넷에 올려놓은 제품수는 4만여개가 넘는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컴퓨터업체인 델컴퓨터는 인터넷으로 하루 평균 1백만달러 가량의 주문을 받으면서 전자상거래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회사는 통신판매를 보다 중요한 영업전략으로 삼고 있다.
일본에서도 전자상거래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노무라(야촌)종합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4년 두개에 불과했던 사이버점포는 올해초 3천5백개로 늘어났다. 또 거래규모도 95년 7억엔에서 지난해에는 2백85억엔으로 급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 못잖다. 삼성·현대·LG·한솔 등 주요그룹을 비롯 한국통신·데이콤 등 통신사업자들이 잇따라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통상산업부와 정보통신부도 이 추세에 맞춰 관련법이나 제도를 정비하기로 한 상태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전자상거래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전자상거래의 파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우선 전자상거래를 택할 경우 거의 무한대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이점이다. 인터넷이 도달하는 모든 곳이 곧 시장이다. 기업은 상품을 매장에 옮길 필요가 없다. 당연히 물류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온갖 서류더미도 사라지고 광고·홍보·판촉비도 엄청나게 절감된다.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전자상거래를 택할 경우 물류비용을 종전의 6분의1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전자상거래는 소비자에게도 대단한 혜택을 준다. 더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인터넷이 곧 백화점이고 할인점이다. 상품을 고른 뒤 대금만 결제하면 안방까지 배달된다.
얼마전 성남 대하초등학교 교사인 박진숙씨(29)는 덴마크의 한 인터넷 상점에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티븐 킹의 소설책 「로즈 마더」를 신용카드로 구입, 전자상거래의 위력을 실감했다.
나아가 소비자는 앞으로 원하는 상품을 고르기 위해 박씨처럼 직접 인터넷을 헤매고 다닐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에이전트」로 불리는 가상 대리인이 박씨 대신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는 시대가 곧 오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는 기존의 신용장 위주의 무역거래와 시장 중심의 상관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