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럽에서 원전의 미래를 묻다] <하> 스위스 베즈나우 원전 방문해보니

비상 알람 울리면 상부지시 없이 엔지니어 즉시 출동<br>직원들 3개조로 나눠 24시간 감시<br>세계 유일 원전열 이용해 지역난방<br>스위스 전력 수요량 10% 책임져

스위스 북쪽 아르가우 지역에 위치한 베즈나우 원전은 이 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전으로 365㎿e급 2기를 보유해 전력수요의 약 10%를 맡고 있다. 강 너머 전경이 위용을 자랑한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북쪽으로 한시간가량 차를 달려 도착한 도팅겐. 지구의 많은 국가 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이라는 미사여구가 가장 잘 통한다는 곳이다. 시원하게 흐르는 아르강을 따라 한참을 달리자 강가에 돔 형태의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주변에는 색색의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바로 옆에는 수력발전소도 있다. 고요함 그 자체인 이곳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눈앞에 보이는 바로 이 건물이 스위스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인 베즈나우 원전이다. 원전 내부에 들어가는 데는 철저한 검열이 따른다. 일주일에 여러 팀이 시설물을 탐방하러 오는 만큼 관리도 철저하다. 신분증을 확인한 뒤 한 사람 한 사람씩 이중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내부를 볼 수 있다. 안내를 하던 구드룬 톰슨 스위스 국영전력회사 악스포(AXPO) 직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스위스의 새로운 발전계획이 일단 모두 보류됐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뒤 이은 "스위스 원자력 산업계에는 과거 체르노빌 사고 때보다 더 큰 비극으로 다가왔다"는 말은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전세계의 놀라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스위스 전력수요 10% 공급=베즈나우 원전에는 365㎿e급 가압경수로(PWR) 2기가 있다. 이곳에서 책임지는 스위스 전력수요만도 전체 소요량의 약 10%에 이른다. 건물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터빈 등 시설의 3분의1은 지하에 배치됐고 조종실을 비롯한 나머지 3분의2는 지상에 있다. 강도 7.0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베즈나우 원전 역시 우리나라의 원전과 같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공급해 유사한 측면이 많다. 스위스가 베즈나우 원전을 지은 지는 벌써 40년 가까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터빈을 새로 장착하는 등 지난 1990년대 들어 많은 투자를 했다. 그래서 발전기마다 터빈이 2개씩 있다. 다만 강 저편에 수력발전소가 있어 별도의 냉각펌프는 없다. 이로써 기존에 30~40년으로 바라봤던 원전 수명이 20~30년가량 늘어나게 됐다. ◇철저한 비상 시스템 구축=약 20평 정도 되는 조종실에는 7~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3개조로 나눠 24시간 내내 철저하게 시스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원전은 건물벽에 세계 최초로 알람 시스템이 도입됐다. 발전소 옆에 숙소가 있어 문제가 생기면 바로 기술자가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AXPO 관계자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알람 시스템을 통해 위에서 지시를 받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담당자들이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알람이 실제 가동된 것은 딱 한번. 2년 전 전기선에 문제가 있어 일단 멈춘 후 컴퓨터 연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다시 가동한 것. 이 관계자는 "원자로 문제가 아니라 전기선 문제여서 다행"이라며 "이후 매년 조별로 실시하는 훈련을 더욱 철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전소 열을 활용한 지역난방=베즈나우 원전의 특징 중 하나는 아르 강물을 냉각, 폐열시켜 주변 11개 마을 1만5,000명의 주민들에게 연간 150GWh 난방용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체 규모의 5%에 이른다. 원전을 지역난방으로 활용하는 곳은 베즈나우 원전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동원 원자력문화재단 국제협력실장은 "원자력발전을 이용한 지역난방은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서 "그러나 폐열을 많이 뽑아 쓰게 되면 발전소 출력에 영향을 주거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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