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뛰는 유가 대응책 서둘러라


석유와 가스를 거래하는 자원 전문가와 이야기하다 보면 에너지 가격 동향뿐만 아니라 의외로 국내외 지역정세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가의 경우 지난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불어 닥친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40달러대로 급락했으며 최근 중동 사태 이후에는 100달러대를 상회해 급락이 심한 반면 가스 가격은 7달러대에서 4달러대로 하락해 2년 이상 침체돼 있다. 이와 같이 매매 가격에 따라 자신의 이익과 손실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보니 에너지 관계자들이 가격 변동과 이에 영향을 주는 산유국의 정치ㆍ경제적 요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중동 정치불안땐 공급선 일탈 최근 리비아 석유수출이 중단됐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인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여력이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셰일 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카타르 인사들은 천연가스의 부존량이 충분해 셰일 가스의 개발이 불요하다고 하지만 과연 셰일 가스가 개발되지 않고 미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하게 됐을 때 지금과 같은 낮은 가격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사실 리비아의 원유수출규모가 일일 130만배럴로 전체 8,900만배럴의 국제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1.5%에 지나지 않음에도 세계 유가가 20% 이상이나 급등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에 초점을 맞춰보면 2009년 기준으로 일일 1,880만배럴을 소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910만배럴을 생산하고 970만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이 캐나다ㆍ멕시코ㆍ사우디아라비아 등이고 아프리카의 경우 나이지리아 등에서 주로 수입해 리비아로부터의 수입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내 소비유가가 배럴당 3달러 이하 수준에서 4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석유자원의 기술적 특성 때문이다. 리비아산 원유의 경우 경질 저황유(light, sweet)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중질 고황유(medium, sour)와 다르다. 따라서 두 가지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여력이 있어 리비아산 원유 부족분을 제공하더라도 바로 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30만배럴의 리비아산 원유가 주로 수출되는 지역이 유럽(이탈리아 37.6만배럴, 프랑스 20.5만배럴, 독일 14.4만배럴, 스페인 13.6만배럴)인데 이들 국가는 저황유 정제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사우디산 원유 정제가 어렵다. 한편 미국은 유럽에서 정제과정을 거친 가솔린을 수입해왔는데 유럽 도입분에 문제가 생기면서 유가 상승요인이 발생했다. 또한 유럽 국가도 리비아 사태로 인한 원유도입 부족분을 저황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ㆍ알제리 등에서 수입하고자 해 미국과 경쟁하면서 수요 증가요인이 발생해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했다. 또 중동국가의 정치적 불안에 따른 에너지 공급구조 일탈 가능성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촉매가 돼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평등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전 산유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유국들이 구조조정을 강화하면서 수출하던 석유를 국내 수요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가스 가격도 상승 가능성 농후 천연가스의 경우 셰일 가스의 개발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면서 가스 가격이 정체돼왔지만 최근 일본 원전위기 이후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증가 징후가 여러 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수급뿐만 아니라 산유국 정세를 감안한 요인을 종합해볼 때 유가의 경우 당분간 높은 가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가스 가격은 2~3년 내에 상승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상돼 이에 따른 우리의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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