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외 석학에 듣는다] <2>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수석고문

[2011 신년 기획]<br>"한국, 동북아 금융중심 자격 충분…법률시스템 마련 나서야"


한국 경제 빠른 회복세 경기 과열문제 경계 필요
보호무역도 예의 주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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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계경제 주도하겠지만 과거에 비해 역할은 줄어
신흥국 중요성 더 커질 것
국제 금융계의 거목인 윌리엄 로즈((William Rhodesㆍ76) 씨티그룹 수석고문의 사무실 벽면에는 그의 화려한 경력을 말해주는 많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한국관련 사진들이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한 사진부터 지난해 11월 G20 비즈니스 서밋 사진까지. 그는 사진 하나 하나를 설명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동북아 경제의 리더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이 돼야 합니다", "미국이 한국이라는 동맹을 가진 건 행운입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또 빠른 경제회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버블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98년 초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 지원협상단 대표를 맡아 월가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도와 한미통화스와프를 성사시키는데도 기여했다.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계신데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 한국을 찾았던 게 IBRD총회가 열렸던 1985년 이었습니다. 이후 한국과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중부유럽,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의 경제 재건을 도운 경험이 있는데, 한국은 특별했습니다. 97년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젊은 여성들이 국가 디폴트를 막기 위해 금반지를 빼는 것을 봤습니다. 그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 없죠. -한미FTA 추가협상이 타결돼 양국 의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난번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이전에 한미FTA 추가 협의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었는데 그대로 실현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2006년 양국간 FTA협의가 시작됐을 때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양국 관계를 위해 협상이 반드시 타결돼야 한다는 기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한미FTA는 미 의회와 한국 국회의 인준이 남았습니다. 올해 2ㆍ4분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미 양국의 FTA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략적 동맹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한미 동맹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입니다.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 아시아에 있다는 건 미국 입장에서 큰 행운입니다. 한국전쟁 이후로 한국은 베트남ㆍ이라크ㆍ아프카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미국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최근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의 전략적 동맹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FTA 협정이 발효되면 양국에 미칠 경제적 효과도 클 것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일곱번째 교역파트너입니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 이후 한국은 홍콩처럼 금융산업을 육성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전문가로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라고 봅니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금융중심지가 돼야 합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센터 건립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에 대응하느라 관심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국ㆍ중국ㆍ일본 등이 지역경제 블록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법률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입니다. 금융인들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거인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과연 한국이 동북아경제를 주도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은 과거 수출 중심으로 경제를 만들 때 보여준 것처럼 무엇이든 할 때는 확실하게 밀고 나갑니다.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도 어느 국가보다 경제를 잘 이끌어 왔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체계적으로 일을 풀어 나갑니다. 한국은 지난 해 11월 G20회의도 참가국들이 놀랄 정도로 체계적(organized)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한국의 저력을 보여줍니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정치적으로 훨씬 안정돼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4년 동안 다섯 번의 총리 교체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비해 당연히 일관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부터 세 명의 한국 대통령들과 친분을 맺어오셨습니다. ▦세 분 대통령 모두 개성이 강한 분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에서 국가를 구해냈습니다. 김 대통령은 또한 햇볕 정책을 통해 남북관계의 개선을 추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정책을 계승했지만, 불행하게도 북한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좋은 대응입니다. 북한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관련 모든 국가에 큰 과제입니다. -한국에 대해 너무 많은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한국지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경제적인 면에서는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은 금융 위기 전에도 (부동산 등) 버블문제 있었습니다.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나 중앙은행은 버블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환율전쟁 더 나아가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G20회의에서도 문제가 논의됐지만,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풀린 게 없습니다. -미국 문제로 넘어가죠. 금융위기가 미국의 금융산업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입니까. ▦금융위기 이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위험관리(risk management)입니다. 씨티그룹만 하더라도 위기를 거치면서 자본과 지불준비금(reserve)를 실질적으로 늘렸습니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씨티그룹에 있어서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 셈입니다. -금융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본연의 업무를 위축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도드 프랭크법 등의 규제는 물론 필요하지만 현명한 규제여야 합니다. 그리고 규제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일관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미국경제는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유럽 여러 국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재정적자와 씨름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월가가 세계 금융시장을 계속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달러는 계속해서 세계 기축 통화 역할을 할 것이고, 미국도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게 되는 반면 신흥경제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세계는 신흥경제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의 주요 화두는 무엇입니까. ▦'지속 가능한 성장'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930년대에 나타났던 보호무역주의와 21세기판 근린궁핍화 정책(beggar thy neighbor)을 꼭 피해야 합니다. 세계 각 국이 자국의 무역수지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지 않은 채 차별적인 금융정책을 취한다면 규제가 없는 쪽으로 기업이 이전하고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올해 세계 주요국들의 최대 과제가 될 것입니다.
국제 금융계의 거목…월가 대표적 한국통
● 윌리엄 로즈는 씨티그룹에서 53년간 몸담고 있는 윌리엄 로즈는 국제 금융계의 외교관으로 월가의 대표적인 한국통. 지난 1957년 씨티그룹에 들어간 후 77년 뉴욕 본사로 복귀하기 전 20년간 남미에서 주요 고위직을 역임했다. 그는 국제 부문의 최고책임자로 맡아 중부 및 동유럽ㆍ중국ㆍ등으로 씨티 그룹이 세를 확장해나가는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1998년 아시아외환위기 당시 월가의 한국 채권 만기 연장을 주도한 지한파로 한미재계회의 미국측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1999년에는 브라질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도 월가 협상 대표를 맞아 큰 역할을 맡았다. 씨티그룹 수석부회장ㆍ씨티은행 CEO 등을 역임했다가 지난해 4월 수석 부회장에서 수석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모교인 브라운대학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해 국제경제문제를 연구하는 로즈센터를 건립했으며 뉴욕의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을 후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펼치고 있다. ▦1935년 뉴욕 ▦1957년 브라운대학 졸업 ▦1957년 씨티은행 입사 ▦1991년 씨티그룹 부회장 ▦2001년 수석부회장 ▦2005년 씨티은행 CEO ▦2010년 수석고문 ▦2010년 브라운대학 초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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